설계 안정화로 조립기간 단축
75톤 6기 · 7톤 3기 엔진 제작
터보펌프·밸브 등 성능시험도
75톤 6기 · 7톤 3기 엔진 제작
터보펌프·밸브 등 성능시험도
■ 현장기술자에게 듣는 한국형발사체
2. 김종한 한화테크윈 과장
"처음 납품한 엔진이 0.5초 점화시험을 하는 순간을 가슴 졸이며 지켜본 게 엊그제 같군요. 벌써 내년에 발사할 시험발사체 엔진 시험이 이뤄지니 우리 손으로 만든 엔진으로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릴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남 창원 한화테크윈 한국형발사체 엔진조립장에서 발사체의 엔진 조립을 담당하는 김종한 과장은 "엔진조립 공정을 개선하고 설계를 안정화한 덕에 조립기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테크윈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에서 각종 엔진 구성품을 엔진시스템으로 총조립하는 엔진체계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연소기로 추진제를 공급해주는 '발사체의 심장'인 터보펌프와 '발사체의 혈관'인 유공압 튜브를 제어하는 주요 밸브 등을 제작하고 성능을 시험하는 역할도 맡았다.
김 과장은 "발사체 엔진은 16명의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터보펌프, 연소기, 가스발생기 등의 1200여 개 주요 구성품을 8개 주요공정과 458개 세부공정을 통해 한 치의 오차 없이 조립한다"며 "100%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하나의 엔진을 조립하는 데는 3달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75톤급 액체엔진은 발사체의 성패를 가를 핵심 기술로 꼽힌다. 개발 초기에 '연소불안정' 현상으로 고전하다 최근 145초 가동시험을 마쳐 발사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김 과장은 "지금까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어디에서도 조립 기술을 이전받을 수 없어 품질을 어떻게 점검할지 기준조차 없었다는 점이었다"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협업해 3m 크기의 실물모형을 수없이 조립하고 분해해보면서 조립 프로세스와 검증 절차를 하나하나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한국형발사체의 액체로켓 엔진은 등유(케로신)와 영하 180도의 액체산소가 반응해 연소하며 추진력을 낸다. 연소가 시작되면 엔진 연소실 내부는 섭씨 3000도까지 치솟는다. 엔진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영하 180도에서 영상 3000도의 극한 온도 차를 버텨야 한다. 엔진이 시동을 거는 1초 이하의 찰나에 수많은 밸브가 약속한 대로 정확히 움직이지 않거나 작은 누설이라도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 과장은 "발사체 엔진은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어떤 엔진보다 고진동, 초고온, 극저온의 극한의 환경에서 작동한다"며 "항공기에 들어가는 가스터빈도 가혹한 조건에서 작동하지만 발사체용 액체로켓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항우연과 한화테크윈은 지금까지 75톤 엔진 6기와 7톤 엔진 3기를 제작했다. 내년 10월 발사예정인 시험발사체에 들어갈 75톤급 엔진 비행모델 제작까지 마쳤으며, 현재는 이와 똑같은 예비모델을 조립하고 있다.
김 과장은 "엔진조립을 반복하면서 구성품을 사전에 제작한 뒤 조립에 투입하는 기술을 습득해 조립일정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며 "궁극적으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 일정을 만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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