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장항에 세워진 제련소.(사진) 일제강점기 당시 침략전쟁을 위해 일본이 놓은 철도와 항만, 그리고 금을 비롯한 광물자원의 수탈기지로 1936년 세워진 조선제련주식회사. 해방 이후에도 '장항제련소'로 이름을 바꾸어 국가와 민영에서 운영되었던 이곳은 경제개발 시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으나, 70여 년의 운영 끝에 드러난 것은 중금속으로 인한 심각한 토양 오염이었다.
주로 금과 구리, 납 등을 제련하던 국내 유일의 비철금속 제련소였던 장항제련소.일제가 마을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광물 수탈을 목적으로 세운 곳이었다. 1936년 설립 당시에는 연간 1500톤의 소규모 제련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해방 이후 계속 확장하여 1976년에는 5만톤으로 생산 규모를 늘려나갔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제련소 굴뚝과 함께 장항은 점점 활기를 띠었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인구도 3만명을 넘었다. 예전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근대 산업화의 상징으로 큰 역할을 수행해 왔던 장항제련소는 마을의 커다란 자랑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정밀조사 결과, 제련소 반경 4㎞ 내의 토양에서 비소의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음이 드러났다. 용광로를 폐쇄한 것이 1989년, 제련소 전체를 폐쇄한 것은 2008년. 그때까지 제련소 인근의 주민들은 70여년 간 제련소에서 배출된 중금속에 노출된 채 살아온 것이다. 2007년 마을에서 생산된 벼와 대파에서 카드뮴과 납이 허용기준 이상 검출되어 전량 폐기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굴뚝에서 배출된 아황산가스와 중금속이 인근 가옥과 토양 위로 내려앉아, 오랜 시간 삶의 터전으로 땅의 소산을 먹고 살아온 주민들의 건강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이곳에는 경작 금지, 지역 주민 이주 조치가 이루어졌고, 오염된 중금속을 제거하기 위해 대규모 토양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산업화와 경제개발의 그늘에 가려진 채 우리 주변의 토양은 계속 병들어가고 있다. 장항제련소에서 발생한 토양오염과 그로 인한 문제들을 다룬 지식채널ⓔ '우리에게 남겨진 것' 편에서 방송된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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