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포럼] AI시대, 노사 상생 해법 시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1602102251607001[1].jpg "[포럼] AI시대, 노사 상생 해법 시급하다")
작년 알파고의 승리 이후 우리 사회는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시대에 충격과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AI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일상생활 앞에 서 있다. 전기밥솥, 세탁기에서부터 시작해서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인터넷 뱅킹,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 등은 이제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스마트폰에 "브이, 내일 날씨 말해줘, 브이, 오늘 도착한 이메일을 불러줘"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으며 아마도 좀 더 지나면 "브이, 내 대신 숙제를 해줘, 브이 내 대신 출근해 줘"라고 할지 모르겠다.
인공지능(AI)의 핵심은 지금까지의 기계와는 달리 '스스로 배울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인간과 비교하면 아직 곤충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딥러닝(Deep Learning) 등도 아직까지는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영화 테이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자의식을 가지고 인류에 해를 끼치려는 수준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아직은 이러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사무직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근본적이고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금융, 법률, 언론, 의료 등이 모두 해당된다.
원래 IBM이 퀴즈프로그램에 활용할 목적으로 만들었던 '왓슨(Watson)'은 병원에서 진단용으로 개조돼 방대한 양의 의료자료와 임상결과, 환자 기록 등을 종합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조언해 주고 있다. 왓슨에서 출발한 법률서비스인 '로스(Ross)'는 수많은 판례를 바탕으로 법률자문을 해주는데 변호사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국내에서도 증권이나 금융서비스를 AI를 이용해 제공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 머리맡에 두고 아침에 우리를 깨우는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십 수년밖에 되지 않는다. 의사와 변호사, 그리고 회계사의 일을 인공지능이 쉽게 이어받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기술발전과 인공지능의 진화는 생각보다 빨리 올 것으로 생각된다. 무인 편의점이 도입되고 있으며, 로봇펀드매니저도 시행되고 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주식거래는 은행과 증권회사의 지점수를 대폭 줄였으며, 인공지능 자산상담이나 펀드매니저로 금융전문가의 일자리는 이미 상당수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금융권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이미 수 천명 이상이 은행을 떠났는데 금융권 노사는 4차산업 위원회 설치를 의제로 삼고 있을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은행을 떠났던 분들의 삶이 여전히 고달프다는 기사를 쉽게 흘려서는 안될 것이다. 4차산업으로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많아서 국가적으로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이는 결론적인 이야기일뿐 당사자에게는 그냥 일자리가 없어지는 심각한 내용이다. 일자리를 없애서 올리는 생산성은 일방적인 생산성 향상이다. 새롭게 일자리를 창출해서 올리는 생산성이 진정한 생산성 향상이고, 이를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AI를 활용해 로봇과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로봇세를 거두고 기본소득을 국가에서 보장하는 방법이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공유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법과 규정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일률적인 접근이라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당사자의 문제는 당사자가 풀어야 한다. 정부가 커진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일자리와 노동의 문제를 모두 정치인에게, 판사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은행은 은행대로, 증권회사는 증권회사대로, 당장 다가오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서 대응책과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남아있는 조합원들의 임금은 계속 올리고, 나가는 조합원들에게는 더 많은 명퇴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대안은 차선책도 되지 못한다. 고령화시대에 개인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교육훈련을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에 적극 진출해서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응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한동안 사용하고 내보내고 하는 방식은 조만간 몇 년 쓰고 내보내는 일시적 고용으로 나갈 것이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근로자들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역량 그리고 경험이 얼마나 유효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은행과 증권회사만이 아니다. 완성차를 조립하는 자동차회사도 이제는 수많은 로봇이 각기 다른 일을 오차 없이 실수 없이 해내고 있다. 수 백 명씩 정년퇴직하는데 새로운 사원은 그만큼 채용하지 않는다. 기업이 인사관리도 필요 없고 노무관리도 필요없는 로봇부대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석유화학도 자동화와 제어장치는 더욱 고도화되어 가고 있다. 서비스업에서도 자율주행차가 택시만이 아니라, 택배와 배달업무를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다. 기존의 업이 사라지는데 대립과 투쟁으로 일자리를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기기관차를 움직이는데 계속 화부의 일자리를 유지하라고 투쟁할 수는 없으며,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데 휘발유전문가를 계속 채용하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정부가 이 모든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게 믿는 것도 욕심이다. 우리 기업의 규모가 그리고 내용이 정부가 책임지고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대우조선해양도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회계부정을 포함해서 수없이 많은 부작용을 아직도 만들어 내고 있다. 바로 지금 노사가 힘을 합쳐서 변화에 대응할 때, 곧 다가올 파도를 넘어설 수 있다. 배가 크다고 해서, 뒤에 해양구조대가 있다고 해서, 태풍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태풍을 향해 바로 나아갈 때 그 고난을 극복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받는 조용한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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