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 수 없는 '폐고혈압'으로 심장이 한 번 멈춰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20세 환자에게 부모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 이식하는 '생체 폐이식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지난달 21일 말기 폐부전으로 폐 기능으로 모두 잃은 20세 여성 환자에게 아버지의 오른쪽 폐 아랫부분과 어머니 왼쪽 폐 아랫부분을 떼어 이식하는 생체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해 현재 환자가 건강하게 회복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수술을 받은 환자는 2014년 갑자기 숨이 쉽게 차고 체중이 증가하면서 몸이 붓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져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내보내기 어려워져 결국 심장의 기능까지 떨어지는 '특발성 폐고혈압증'으로 진단받았다. 지난해 환자는 심장이 정지되는 위험에 빠졌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으나 다시 심장마비가 오면 소생 확률이 20%에 불과한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국내 이식수술 규정상 우선적으로 뇌사자의 폐를 기증 받기 위해서는 폐질환 자체가 악화돼 인공호흡기를 삽입해야 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현행법상 합법이 아니지만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체 폐이식 진행에 대한 방법을 모색했고, 지난 8월 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와 의료윤리위원회를 정식 개최하고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이식학회 등에 의료윤리적 검토를 의뢰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또 정부기관과 국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대한이식학회에 보고해 생체 폐이식 수술의 불가피성을 설득했다.
수술 후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받은 환자는 수술 후 6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지난 6일 일반병동으로 옮겨지는 등 현재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딸을 위해 폐의 일부를 기증했던 부모도 수술 후 6일 만에 퇴원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폐는 우측 세 개, 좌측 두 개의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생체 폐이식은 기증자 두 명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 폐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방법이다. 이 수술법은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후 201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400례 이상 보고되고 있다. 생체 폐이식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일본은 1년·3년·5년 생존율이 각각 93%·85%·75%로 국제심폐이식학회의 폐이식 생존율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생체 폐이식 수술의 의학적 안전성을 인정받아 생체 폐이식이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는 "뇌사자 폐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하는 환자들, 특히 소아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방법을 제시한 중요한 수술"이라며 "기증자 폐엽 절제는 폐암 절제수술의 경험으로 흔히 시행되는 안정성이 보장된 수술"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박승일 교수(왼쪽 두번째)가 국내 첫 생체 폐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