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대 주변 해초 5톤씩 발생해
시민주도 EM활용 상품개발 추진
주민, 혁신 주체로…새 모델 기대
시민주도 EM활용 상품개발 추진
주민, 혁신 주체로…새 모델 기대
■사회문제 해결 나선 과학기술
(4)시민 주도형 'R&SD' 혁신
#매년 여름 피서객을 맞는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은 파도에 밀려온 해초 더미와 바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주민들은 해초를 거둬 말린 후 폐기물로 처리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공간 점유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해초 처리 비용만 1톤당 30만원이 드는 데, 하루에 많게는 5톤에 달하는 해초가 발생한다.
과학기술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포항테크노파크는 29개 읍·면·동에 대한 통계자료와 주민 인터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생활 쓰레기와 악취 등 환경문제가 주민들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영일대 해수욕장이 위치한 북구지역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포항테크노파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영일대 V(Victor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연구개발(R&D) 전문가와 사회혁신 기관이 손을 잡고 '살아있는 실험실'로 불리는 '리빙랩'을 통해 지역 내에서 생산한 유용미생물(EM)로 해조류를 비료와 사료 등 발효제품으로 만드는 연구를 추진한다. 리빙랩은 시민이 직접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R&D 전 과정에 참여하는 사용자 주도형 혁신모델이다. 이를 통해 해조류 폐기물 처리 비용을 3분의 1수준으로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가상현실(VR) 기반의 교육 콘텐츠 등을 함께 개발해 지역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김은영 포항테크노파크 정책기획팀장은 "시민이 직접 참여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수요를 발굴하고 지역 내 사회혁신 기관, 연구 전문가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하는 새로운 혁신 모델을 만들겠다"며 "시민주도의 혁신 플랫폼을 통해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같이 국민들이 사회혁신 실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사회문제 해결형 우리동네 과학클럽' 사업을 시작했다. 영일대 V 프로젝트를 비롯한 4개 과제가 선정돼 각각 3000만∼4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연세대학교는 독산 4동 주민들과 손잡고 '재미있는 마을 수업'이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미래설계공학' 수업을 받는 연세대 공과대학 학생들은 주민들과 함께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설계해 제공하게 된다. 대전의 시민참여연구센터와 협동조합 세상 속의 과학은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한 열섬현상 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한국조류보호협회는 독수리를 활용해 파주시의 가축 폐사체를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이번 사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민이 직접 혁신주체로 나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참여하는 새로운 혁신 모델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 R&D 사업은 한해 19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전문가 중심의 폐쇄적인 R&D 체계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국민생활연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논문이나 특허를 목표로 했던 R&D와 달리, 국민생활연구는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는 시민주도형 'R&SD(Research and Solution Development)' 방식으로 이뤄진다.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시민주도형 R&SD는 기존 기술 공급자 중심의 R&D 체계와 메이커 운동, 과학문화 활동, 지역혁신 활동의 틀을 뒤집는 새로운 혁신 모델"이라며 "이에 맞춰 과제 기획과 평가, 예산 집행 등 기존 R&D 및 정책 추진 체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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