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한국경제 움직일 3가지 `골든 룰`

[예진수 칼럼] 한국경제 움직일 3가지 `골든 룰`
    입력: 2017-10-29 18:00
예진수 선임기자
[예진수 칼럼] 한국경제 움직일 3가지 `골든 룰`
예진수 선임기자


1970년대말 멕시코 정부는 '비아둑토(왕복 4차선 고속도로)'의 혼잡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차선을 새로 칠해 6차로로 만들었다. 예산도 거의 들지 않는 기발한 방법으로 수용 능력을 50%나 늘린 셈이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급증하자, 다시 4차선으로 원상회복시켰다. 도로 용량은 33%가 감소했다. 멕시코 정부는 국가 기반 시설 확충을 선전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도로 용량을 17% 늘렸다고 발표했다. 수용 능력이 50% 늘어났다가 33% 줄었으니 결론적으로 17%가 올랐다는 어이없는 계산법을 동원한 것이다.

세계적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처는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살림)과 '통계의 함정' (율리시즈)이라는 두 책에서 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선진국 정부는 불량 통계를 남발하지 않지만 실적을 과장하는 일이 잦다. 어느 나라 정부든 이 고비만 넘으면 탁 트인 전망이 있다는 식의 낙관론을 내놓기 일쑤다. 다음 달이면 IMF 구제금융 사태 20주년이 된다. 1997년 당시 위기가 임박했는데도 태국, 인도네시아와 달리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이 튼튼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오판했다. 외환위기라는 큰 시련을 겪었음에도 우리는 산업 체질을 제대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 규제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에 뒤진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치명적이다. '빚이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부채는 순식간에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복지 정책들 때문에 재정 수요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도 마침내 2018년에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초과하는 고령 사회에 돌입한다. 이미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1초에 약 127만원씩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이 고령사회에 진입할 때의 국가 부채 비율은 한국보다 낮은 30%대였다. 우리도 국가 경제 최후의 안전판인 국가 재정을 지키기 위해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를 넘기지 않겠다는 '골든 룰(황금율)'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2015년에 정부는 재정지출을 3.0% 늘리는 차기 연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나랏빚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고해성사를 한 바 있다. 확장 재정정책을 펴는 내년 정부 예산안의 경우 증가율이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7.1%에 달한다. 성장 정책을 후순위로 밀면서 복지 지출만 마냥 풀 경우 3년뒤, 5년뒤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중산층 육성 등 수요 측면의 소득주도 성장 못지 않게, 공급측면에서 민간 기업의 활력을 높여 파이를 키우겠다는 두 번 째 '골든 룰'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상반기 설비투자가 15.9%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8.7%로 내려갈 것으로 예견했다. 민간 투자의 황금율을 높이기 위한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 '골든 룰'은 가격으로 승부하던 부문에 대한 비율을 축소하고 과감히 구조 조정하면서, 미래 혁신 기술로 승부하는 부문을 키우는 전략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성장에 대한 혁신의 기여율이 50% 이상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구 결과도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사물인터넷, 바이오 등의 '골든 룰'(혁신기여율)을 6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20년 전 외환위기 때는 정책 실패가 발생해도 빠른 성장의 힘으로 활력을 찾을 수 있었다. 고령화·저성장 시대이며, 기술 경쟁 양상이 급변한 지금은 정책 실패와 구조조정 지연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파괴적 혁신의 시대에 걸맞게 재정건전화와 민간 투자 확대, 신산업 플랫폼 확대라는 3대의 화살을 동시에 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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