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건강·식량·난치병 등 다양한 문제해결 기대
3세대 기술까지 발전 거듭… 유전자교정 연구 가속화
플랫폼연구소서 혁신적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중
치료제가 없는 다양한 유전 질환에 대한 연구도 활발
기술수준과 맞지 않는 '생명윤리법' 규제완화 움직임도
3세대 기술까지 발전 거듭… 유전자교정 연구 가속화
플랫폼연구소서 혁신적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중
치료제가 없는 다양한 유전 질환에 대한 연구도 활발
기술수준과 맞지 않는 '생명윤리법' 규제완화 움직임도
![[바이오기획] 독자적 원천특허 보유한 `툴젠`… `이노베이션 게놈` 새 비전 선포](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602101076029001[1].jpg "[바이오기획] 독자적 원천특허 보유한 `툴젠`… `이노베이션 게놈` 새 비전 선포")
![[바이오기획] 독자적 원천특허 보유한 `툴젠`… `이노베이션 게놈` 새 비전 선포](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602101076029001[2].jpg "[바이오기획] 독자적 원천특허 보유한 `툴젠`… `이노베이션 게놈` 새 비전 선포")
![[바이오기획] 독자적 원천특허 보유한 `툴젠`… `이노베이션 게놈` 새 비전 선포](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602101076029001[3].jpg "[바이오기획] 독자적 원천특허 보유한 `툴젠`… `이노베이션 게놈` 새 비전 선포")
■성장동력ㆍ일자리 `바이오`에 답이 있다
(6) 첨단기술 '유전자가위'로 세계무대 승부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은 각 매체 등에서 선정하는 미래유망기술에 단골로 등장하며 차세대 산업의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유전자가위는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편집 또는 삽입해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의학적으로는 물론 동식물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현대인의 건강, 식량 등 인류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환자에게서 추출한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수정해 다시 주사하는 방식으로 암, 에이즈 등 난치병을 치료하고, 멸종 위기의 농작물이 병충해에 견딜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식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아제(ZFN), 2세대 탈렌(TALEN), 3세대 크리스퍼 카스나인(CRISPR-Cas9) 등 기술 발전을 거듭하면서 안정성과 정확도가 놀랍도록 향상됐다. 특히 3세대 크리스퍼는 기존 유전자가위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효율이 높아 전 세계의 유전자교정 연구를 가속화 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크리스퍼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2억달러에서 2022년 23억달러로 10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각 세대의 유전자가위를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한 툴젠이 크리스퍼에 대한 원천특허를 갖고 다국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 이노베이트 게놈… 글로벌 비전 선포한 툴젠= 25일 방문한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로의 툴젠은 젊은 연구자들의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입구의 회사 로고 아래 문구는 기존의 '게놈 엔지니어링' 대신 지난 달에 선언한 '이노베이트 게놈'이라는 새로운 비전이 새겨져 있었다. 유전자교정 기술을 바탕으로 인류에게 더 건강하고 풍족한 삶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툴젠의 연구가 회사의 이익과 몇 가지 질병의 치료에 그치지 않고 인류 전반의 삶에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포부도 담고 있다.
이정민 툴젠 치료제연구소장은 "임직원 40여 명의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모두 세계 최고의 유전자가위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누구든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 역량과 더불어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무공간 옆 제품사업부에서는 의뢰에 따라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세포주를 만들거나 단백질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동결건조해 보관하고 있었다. 투명 유리로 구분된 실험실에서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DNA의 움직임을 모니터를 통해 관찰하고 있었으며, 한 켠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한 부분의 DNA를 분석하는 고가의 장비가 가동 중이었다.
현재 툴젠연구소는 기능에 따라 2개의 연구소, 3개의 팀으로 분리돼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플랫폼연구소에서는 혁신적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또 치료제로 사용하기 적합한 형태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단적인 예가 'Cj Cas9'이다. 기존 크리스퍼는 유전자가위는 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유전자가위 전달 물질인 '아데노관련바이러스'를 통해 인체에 전달하는 데, 크기가 커서 일부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툴젠에서 개발한 Cj Cas9은 이러한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새로운 유전자 가위다. 이 밖에도 아직까지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 형태들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제연구소는 유전자 세포치료제 개발팀과 유전자치료제 개발팀으로 구분됐다. 툴젠에서 개발 중인 면역세포인 T세포는 암세포에 대한 항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노인성황반변성, 당뇨성 망막변성 등 치료제가 없는 다양한 종류의 유전 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동식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 지난 1월에는 사과나무와 포도나무 세포의 병충해 저항력을 강화하는 유전체 교정에 성공했고, 작년 말에는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교정 랫(Rat)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 글로벌 특허 및 협력 강화 속도… "다국적 기업과 맞붙는다"= 유전자가위에 대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툴젠은 유전자치료제 및 동식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글로벌 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레블바이오'와 유전자 교정 기술을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농업기업 몬산토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옥수수, 콩 등 주요 작물의 개량 및 개발에 활용하기로 했으며, 지난 4월 서울대 수의과대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동물 연구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작년에는 유전체분석 기업 신테카바이오 및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녹십자셀 등과 MOU를 체결하는 등 국내외에서 유전자가위의 활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아울러 툴젠은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세계 10개국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특허를 출원해 심사를 받고 있으며, 작년에는 한국과 호주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이정민 치료제연구소장은 "국내 유전가가위 기술은 세계 어디에서 견줘도 뒤쳐지지 않는 분야"라며 "현재까지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사업화를 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은 7개 정도로 압축할 수 있는데, 툴젠이 이중 한 곳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 속도도 결코 느리지 않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가 크리스퍼를 활용하고 있는 미국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인텔리아, 에디타스 등으로, 해당 회사들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이들은 내년에 동물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 치료제연구소장은 "툴젠도 현재 많은 프로젝트의 경우 설치류에서는 이미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올해 말·내년 초에 영장류를 사용한 연구를 진행한다"며 "이는 툴젠이 세계 최고의 유전자가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 '생명윤리법' 규제 완화 필요성 부각= 이처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명윤리법이 일부에 한해서만 유전자치료 연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윤리법은 인간배아, 인체유래물, 인간대상 연구 등에 대한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4년 1월에 제정돼 2005년 1월부터 시행했으며, 몇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생명윤리법 제47조에 따르면 유전자 교정 연구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를 모두 충족해야 가능하다. 인간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에 대해서는 유전자치료 연구가 금지돼 있다.
지난 8월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미탈리포프 교수 연구팀과 인간배아에서 유전질환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로 교정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연구가 불가능한 셈이다. 유전체교정연구단은 지난달에도 케이시 니아칸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박사팀과 공동으로 인간배아의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OCT4'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냈지만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는 이 같은 연구가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은 주에 따라 연구비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며, 중국, 일본, 영국은 대상 질환의 제한 없이 기초 연구를 허용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유전자교정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1세대 유전자가위를 개척한 유전자가위 분야 권위자 다나 캐롤 미국 유타대 의과대학 석좌교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하면 여러 유전 질환을 치료하거나 기존의 치료법을 대체할 수 있다"며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교정 연구는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계속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생명윤리법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에서도 의견 수렴과 관련 법 개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부터 생명윤리법 개정을 위한 과학기술계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으며,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생명윤리법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해 의견을 모았다. 또 지난 10일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유전자 치료 연구의 범위를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생명윤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질병 치료가 목적이라면 질병 종류나 치료법의 유무에 상관없이 유전자 치료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작년 6월과 11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각 줄기세포 및 유전자치료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제적으로도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과학기술정책위원회 바이오·나노·융합기술(BNCT) 분과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교정 기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독일 교육과학기술부, 총리실 산하의 한국 법제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OECD 과학기술정책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내년 2월 가이드라인을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전자교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기술 수준과 맞지 않는 생명윤리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다만 연구자도 생명윤리에 대해 성찰할 기반을 만들고 연구자 중심의 자율규제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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