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의무 없지만 사실상 '명령'
5년단축시 1조5000억 피해 예상
5년단축시 1조5000억 피해 예상
정부가 24일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을 통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키로 함에 따라 이에 대한 법적 근거와 책임 소재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또 조기 폐쇄에 따라 조 단위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출범과 신고리 5·6호기 공사 임시 중단의 법적 문제와 이에 따른 피해 보상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이 월권 또는 강압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방침과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폐쇄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전력 수급을 고려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폐쇄 시점이 정해지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협조 공문을 한국수력원자력에 보내고,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정부가 한수원에 협조를 요청하는 모양새이지만, 사실상 공기업인 한수원 입장에선 따를 수밖에 없는 '명령'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임시 중단 시에도 한수원 이사회는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수원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이는 공기업 특성상 어렵고, 그 손해는 결국 혈세로 메우게 된다는 지적이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24일 한수원 등의 국정감사에서 "한수원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임시 중단을 앞두고 김&장, 태평양 등 국내 유명 법률자문회사에 4차례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임시 중단은 행정지도 사항으로 법적으로 따를 의무는 없으나, 예산 불이익과 감사원 감사가 있을 수 있어 강제력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대상 손해배상도 어려운 것 아니냐"며 "(신고리 5·6호기 책임 소재 관련해) 이사들도 곤란하니 배임과 민형사상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명시하도록 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월성 1호기 수명을 약 5년 단축할 경우 한수원이 예상한 피해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 폐쇄로 입게 될 경제적 손실 규모를 1조4991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폐로 시 예상되는 경제적 예상 피해를 발전정지에 따른 전력판매 손실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 피해정지 기간을 2018년 1월부터 운영허가 만료인 2022년 11월 20일로 산정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한수원 분석에 따르면 월성 1호기를 제외하고 현재 가동 중인 노후 원전 10기에 대한 10년 수명 연장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1기당 10년간 전력판매 손실액만도 4조5000억원에 달해 막대한 경제 손실이 불가피하다.
박병립기자 rib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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