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휴일에 전통시장 안가
온라인·모바일쇼핑만 되레 호황
소상공인 측 "복합몰 타격 심각
지역경제 파탄 대책 필요" 맞서
온라인·모바일쇼핑만 되레 호황
소상공인 측 "복합몰 타격 심각
지역경제 파탄 대책 필요" 맞서
■수면위 오른 유통 패키지 규제
(중) 출점·영업규제 실효성 논란
정부가 '복합쇼핑몰'을 유통 패키지 규제 대상에 넣은 가운데 대형마트·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출점·영업규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마트·SSM 규제가 중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도움이 안되고, 복합쇼핑몰로 규제가 확산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과 대형마트·SSM 출점이 중소상공인에게 주는 피해는 여전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2010년 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르면 대형마트·SSM의 출점과 영업시간을 제한한다. 대형마트·SSM은 전통시장 1㎞ 내에는 출점할 수 없고, 오전 0∼8시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월 2회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지역자치단체에서는 자체 조례를 통해 휴업일을 주중 또는 주말로 정하고 있다.
대형마트·SSM을 운영하는 유통사와 학계에선 이 같은 규제에도 중소상공인 매출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개별 전통시장 매출은 2012년 일 평균 4755만원에서 2013년 4648만원으로 2.3% 줄었다. 이미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활성화돼 있어 출점·영업규제를 해도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에 가기보다 온라인 쇼핑에 더 몰린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유통 패키지 규제 법안을 통해 복합쇼핑몰로 영업 규제가 확산되면 일자리 창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8월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의 경우 3200여개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타필드 하남·고양의 경우 입점 브랜드의 90%가 신세계 계열사가 아닌 소상공인·자영업자로 추산돼 영업규제가 이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패션산업의 경우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등이 주요 유통 채널"이라며 "국내 패션산업은 영세한데 이들이 한 달에 두 번 영업을 못해도 매출 일부를 임대료로 내야 해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상공인 측에서는 대형마트·SSM 입점에 따른 중소상공인 피해는 이미 검증됐고, 의무휴업일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대형쇼핑몰이 들어선 이후 인근 상인의 매출은 입점 전보다 46.5% 줄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서울 은평·경기 수원·하남·판교 등 4곳의 복합쇼핑몰 주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복합쇼핑몰 진출 이후 점포 경영이 나빠졌다'는 응답률은 66.3%로 높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매출, 고객 수가 줄어든 만큼 세수도 감소해 지역 경제가 파탄 날 수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입점에 따른 고용 유발효과를 주장하지만 중소상공인들의 타격이 더 심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통산업은 네트워크 산업이기 때문에 대형자본을 가진 유통업체의 독과점 산업으로 흘러가기 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방향 토론회'에서 정종영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장은 "소비자·중소납품업체 선택권 차원에서 유통 업태 포트폴리오는 다양해야 하며, 출점·영업규제는 규제 강화보다 '규범체계 개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권 유형별로 출점·영업규제 효과가 각기 달라 상권별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상업지구는 집객 효과가 더 높아 주중 영업 규제가 효과적이고, 신규택지는 기존에 상권이 없던 곳이기 때문에 규제할 필요가 없다"며 "지역별 특성에 맞춰 의무휴업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상권영향평가 대상업종을 확대하기 앞서 상권영향평가를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 교수는 "상권영향평가는 교통·환경영향평가와 달리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의류전문점은 의류전문점끼리, 음식점은 음식점끼리, 대형마트는 슈퍼마켓끼리 업종별로 각기 비교 범위를 달리 적용하고, 경우의 수를 나눠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ironlu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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