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1TV '한국기행' 밤 9시30분
방 하나를 가겟방으로 썼다는 의미의 점방, 그 시절 없는 게 없는 보물창고였다. 느티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점방 평상은 동네 아낙들의 부엌도 되고, 동네 아재들이 막걸리 한잔 걸치는 선술집이 되기도 한다. 그 많았던 시골 점방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손님을 맞고 있을까?순천시 서면, 최석임씨 부부의 밤 타작하는 날이다. 토실토실 살이 꽉 찬 햇밤을 한 아름 챙겨 그가 달려간 곳은 10km도 더 떨어진 옆 마을의 한 이발관이다. 흑백 사진에서 튀어나온 듯 허름하기 짝이 없다. 낡아서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이발관의 출입구는 또 어찌나 낮은지 손님들이 모두 허리를 구부정하게 절을 하며 들어선다. 그러나 가게로 들어가면 대기인원이 빽빽하게 줄을 서 있다. 강점복 씨와 그의 아내가 32년간 운영해온 시골 이발관이다. 출근 후 이발관의 삼색등을 켜면 오래된 단골들이 줄을 선다.
머리를 감기는 이발관 전용 물 조리개부터 이발 가위 하나까지도 기나긴 세월을 품고 있다. 그런 이발관과 함께 손님들은 나이가 들어간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이발관을 다녔다던 박중권 씨는 이발관에서 머리 깎았던 군 입대 시절을 추억한다. 사장님의 머리 깎는 실력이면 군대를 두 번도 가겠다고 한다. 삼색등이 돌아가면 오늘도 어김없이 손님들은 그들의 인생 이발관으로 모여든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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