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회·투표 참여 위법행위 동원
정부 단속 미미…경고 '유명무실'
가산점 도입 등 대책 마련 필요
정부 단속 미미…경고 '유명무실'
가산점 도입 등 대책 마련 필요
(하) 상처뿐인 강남 재건축 수주전…해법은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곳곳에서 위법 행위까지 저지르면서 과열 경쟁에 나서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수주를 위해 여전히 금품과 향응을 암암리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 한신 4지구에서는 추석 연휴 전 50만원 내외의 고가 선물세트와 함께 설명회에 참석하기만 해도 고급 리조트 이용권을 지급했으며 잠실 미성크로바에서는 건설사가 조합원에 1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들은 금품향응을 제공하며 동행이 가능한 부재자 투표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재자 투표는 출장이나 건강 등의 사유로 불가피하게 시공사 선정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조합원을 위해 마련한 제도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조합원에 금품 향응을 제공하고 부재자 투표에 동행해 한 표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 일대 재건축 사업지 수주전 부재자 투표율은 10명 중 8∼9명 수준으로 높은데, 부재자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조합원 총회가 열리는 당일 시공사 선정 의결이 진행되도록 부재자 투표를 한 조합원이 다시 참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의 단속이 미비해 사실상 정부의 경고는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강남 재건축 사업에 목매는 이유는 저유가로 해외 플랜트 사업 발주가 크게 줄었고 택지 개발도 중단돼 대규모 개발사업을 펼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 대부분은 가구 수가 많은 대형 아파트라서 공사비 규모만 하더라도 수조원에 이를 뿐 아니라 수주에 성공하면 입지 및 상징성으로 인해 건설사의 홍보효과도 크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조합과 건설사 간 자구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에서도 건설산업이 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도시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수주 경쟁의 모든 키는 조합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은 자구책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나 인사를 가치평가단에 참여시켜야 한다"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합리적인 수주 경쟁을 한 사업자에 대해 인허가 절차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정비사업보증 등 여러 대출이나 보증에 대해서도 가산점을 주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초 정부 계획은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고 재개발 슬럼화를 방지하려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강남 재건축 규제에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벗어나 지역 개발 방식의 성격을 띠는 도시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야 민간 건축뿐만 아니라 토목 사업의 물량까지 늘어나 건설산업이 고루 성장하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위험부담형, 이익공유형 등 민자 사업의 수익성을 제대로 확보해줘야 국민, 건설사, 정부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