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노인 심리적 안정·인지 향상에 도움"

여행지·과거 고향 등 회상 가능
새로운 자극 줘 건강 회복 유도
해외 기술개발 꾸준…국내선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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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노인 심리적 안정·인지 향상에 도움"
28일 호서대학교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제406회 학연산 연구성과 교류회에서 김원천 호서노인전문요양원 원장이 장기요양 서비스 현장의 차세대 기술 활용 가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노인 장기요양서비스' 학연산 교류

#"나는 지금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의 일부를 알게 됐습니다." 미국 MIT의 학내 벤처 '렌디버'(Rendever)가 개발한 가상현실(VR) 서비스를 사용한 81세 노인은 감격에 겨워 이 같은 소감을 남겼다. 이 회사는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VR을 통해 추억이 남아 있거나 가보고 싶었던 장소를 경험하게 해주면서 인지 치료와 치매 진단 등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28일 호서대학교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제406회 학·연·산 연구성과 교류회에서 김원천 호서노인전문요양원 원장은 "요양원에서 거동이 가능한 환자는 12%에 불과하다"며 "가상공간을 통해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현실을 경험하게 해주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 장기요양서비스 현장에 활용 가능한 가상현실 콘텐츠 수요 및 개발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날 교류회에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VR을 중심으로 노인 복지에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내에도 고령화와 장기요양보험 도입 등의 영향으로 지난 10년 동안 요양기관과 입소 노인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런 기관에 입주한 노인들은 대부분 치매와 중풍 등의 질환을 앓고 있어 거동이 어렵거나 인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가족과 떨어져 있고 건강상의 이유로 우울 등의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아 신체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하지만 이들을 돌보는 인력과 인프라는 주로 육체적인 수발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으로, 전문가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VR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VR 기기의 효과와 활용 가능성에 대해 연구한 이선형 호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부)는 "장기요양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이 VR로 과거를 회상하거나 가족들을 볼 수 있다면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VR 기술은 요양기관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심리적 안정감 회복과 재활 효과, 인지기능 향상 등에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망상 현상을 보이는 치매 노인이 가족을 찾을 때 VR을 활용해 가족을 대할 수 있도록 하거나, 움직임이 어려운 노인들이 가보고 싶은 여행지나 과거의 고향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작을 통해 상호작용이 가능해 재활이나 다이어트, 균형 감각 향상을 통한 낙상 방지 등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선 VR을 활용해 노인들의 건강과 관계 회복, 여가, 인지기능 향상 등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한국에선 첨단 기술을 활용해 노인 복지 문제에 접근한 연구나 활용 사례가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노인들이 VR을 사용하는데 어지러움이나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는 등의 기술적 어려움도 남아있다. 특히 국내 요양 기관들은 요양보험 수가 범위를 벗어난 대규모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노인의 욕구에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노인용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박성준 호서대학교 교수(게임콘텐츠트랙)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 기술이나 게임을 실제 기관에서 이용하는 데는 현실적인 제안이 있다"며 "업체에서는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관계자들도 노인 관련 기술 적용에 있어 해외보다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국내 상황에 대해 교류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노인과 최신기술에 대한 융합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혜 오레곤 주립대 교수(실내디자인과)는 "노인에게 VR 사용이 더 많이 되려면 거동이 가능한 노인뿐만 아니라 거동이 어렵거나 인지적인 증상을 겪는 노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개발돼야 할 것"이라며 "연구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고 하드웨어적인 기술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형 교수는 "기술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실제 노인들에게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술 도입에 앞서 장기요양 기관에 입주한 노인들의 육체적·인지적 상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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