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전부터 매장 앞에 늘어서
설화수 등 인기품목 대량 구매
관광 줄자 보따리상 유치 '과열'
수익성 악화…면세 철수 움직임
설화수 등 인기품목 대량 구매
관광 줄자 보따리상 유치 '과열'
수익성 악화…면세 철수 움직임
이슈분석, 중국 사드보복 6개월… 벼랑 끝 유통가
(중) 유커 발길 끊긴 명동·동대문
중국 당국이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한 지 6개월여가 지난 19일 서울 명동·동대문 일대와 일부 시내면세점 분위기는 한산했다. 단체 관광객이 떠난 자리에는 이들의 면세상품 구매를 대행하는 보따리상이 자리했다.
이날 오전 9시 20분경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면세점 개장 시간을 약 10분 앞둔 가운데 12층 출입구에서부터 뒤편 화장실까지 중국인들이 길게 늘어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9시 30분이 되자마자 이들은 쏜살같이 뛰어들어가 '디올' 'SKⅡ' '설화수' 등 프리미엄 화장품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어깨 띠를 두른 면세점 직원은 30여 명에 달하는 손님들을 줄 세우느라 분주했다.
한 화장품 매장에선 점원들이 빨간색 여권을 수북이 쌓아놓고 손님을 응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떤 손님은 가방에서 5만원권을 뭉치 째 꺼내 점원에게 건네며 대량 구매를 하고 있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중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숨37' 매장 앞에는 30여 명이 즐비하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들은 '따이공'이라고 불리는 보따리상으로 면세점에서 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에 전달하는 구매대행업자들이다. 지난 7월 방한 중국인(28만1263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3% 줄었지만 외국인 매출(6억9371만 달러)이 8.8% 늘어난 것도 중국의 금한령 조치 이후 보따리상의 구매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문을 연 신규면세점인 SM면세점과 동대문면세점도 적막한 분위기였다. 6개 층으로 운영하던 SM면세점은 영업층수가 4개 층으로 줄어들었지만 손님이 없는 매장이 더 많았다. 두타면세점도 영업층수를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였지만 손님이 밀려와야 할 정오 시간에도 매장은 텅 비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동대문 거리도 을씨년스러웠다. 명동에서 5년간 액세서리를 판매해 온 한 상인은 "사드 갈등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연관돼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장사가 잘되지 않는 소식이 알려지는 게 영업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명동에서 육포를 판매하는 진 모 씨는 "외국인과 내국인 손님 비중은 7:3이고, 여전히 중국인 비중이 크지만 절대적인 손님 수는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사드 추가 배치로 인해 한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면세점 업계와 주요 관광상권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난 5월만 해도 정권교체로 인해 한중관계에 훈풍이 불어 3분기에는 단체 관광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한 핵·미사일 이슈로 인해 이는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 올 상반기 영업이익(74억원)이 전년동기대비 96.8% 감소했고, 신라면세점 영업이익(249억원)도 42.2% 줄었다. 면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관광객이 줄고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공항면세점에서는 특허권을 반납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제주공항 면세점을 올 연말까지 운영하기로 했으며,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사드 여파와 임대료 부담으로 인해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면세점 업계도 급여와 인력을 줄이는 등 긴축운영에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팀장급 간부 사원과 임원 40여 명이 연봉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올초 임직원들이 연봉 일부와 상여금을 자진 반납하기로 한 가운데 제주공항 면세점 철수를 결정하면서 면세점 담당인력을 200명에서 120명으로 줄였다. 올 연말까지 면세점을 열기로 예정된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그룹 등은 관세청에 개장 시기를 6개월∼1년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외교 관계 변화로 인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 때는 없었던 변수들이 많이 생겼다"며 "사드 위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면세점 철수 움직임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ironlu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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