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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4차산업혁명시대, 대학원 교육이 살 길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입력: 2017-09-11 18:00
[2017년 09월 12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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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4차산업혁명시대, 대학원 교육이 살 길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4차 산업혁명형 교육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드높다. 국내 1, 2위를 다투는 사설 직무교육 기관들도 8월말 4차 산업혁명 교육의 주제 아래 온라인 및 오프라인 과정을 개설했고, 산업단지공단도 스마트 팩토리 주제로 같은 명목의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게 됐다. 과연 대학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떻게 교육 과정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특히, 강의와 학점 취득보다는 새로운 주제의 연구와 개발에 치중해야 하는 대학원 과정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한마디로 융합이다. 즉, 해결해야 할 문제를 먼저 인식하고 그 문제해결에 있어서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동원하여 ICT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당연히, 기존의 제도와 관행이 걸림돌로 작용하므로, 4차 산업혁명 교육 특히 4차 산업혁명형 대학원 교육은 정말 다양한 전공자간의 교류와 공동연구가 장려돼야 한다.

학부과정에 있어서 경영학분야는 복수전공 혹은 부전공의 가장 큰 인기 분야다. 사회과학, 인문학, 공대 등 주전공 분야를 불문하고, 경영학을 복수 및 부전공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마도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겠지만, 이러한 복수 및 부전공 제도는 대학원 과정에서는 거의 사장되어 있다. 명분은 대학원 과정부터는 각자 전문성 위주로 진학하고 연구를 진행해야 하므로 타분야 학습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지만, 학부에는 허용 및 장려되고 대학원에서는 배척시되는 문화와 안목이 이해하기 어렵다. 변호사 시장도 포화돼가는 마당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이 경영전문대학원의 회계학이나 재무관리 분야를 복수 및 부전공하는 시스템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가? 클라우드나 빅데이터를 전공하는 공대 대학원생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저작권 관리나 디지털 화폐 유통을 위하여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복수 및 부전공하는 체제는 오히려 더 권고돼야 하지 않은가?

설령, 타 전공 대학원 과목간 학점이 인정된다고 해도, 전문대학원 학생이 일반 대학원 과목을 수강할 수는 있지만, 일반대학원 학생이 전문대학원 과목은 수강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대학이 많다. 이는 전문대학원, 일반대학원, 특수대학원 순서로 전문성이 정렬되므로, 낮은 순위의 대학원이 높은 전문성의 대학원 프로그램에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국가적으로 TO를 관리하는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은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통섭적 안목을 강조하는 경영전문대학원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판단된다.

게다가 '전임 교원 비율'이라는 교육부 평가 항목이 있어서, 전문대학원의 경우 해당 기관 소속 전임교원이 강의하는 과목 비율이 전체 개설과목의 75%를 상회하도록 교육부로부터 권고받고 있어서, 전문인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급격히 변화하거나 성장하고 있는 분야의 시간강사 채용이 수월하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어,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블록체인 과목을 개설하려면 전임 교원을 고용하는 것이 원칙이지, 이미 그 분야에 출중한 같은 대학내 공대교수님께 강의를 부탁한다면 전임교원 비율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얘기이다. 결국 이 논리라면, 모든 대학원들은 다양한 전공의 전임교수들을 고용해야 할 상황이고, 이는 결국 각 전공 대학들의 교수진이나 교육 과목들이 서로 엇비슷해지는 이상한 과정으로 진행되게 돼있다. 전임 교원의 정의를 단과 대학(예, 경영대학)의 범위가 아닌, 대학 전체(예, 서울대학)로 확대해 대학 캠퍼스내의 다양한 전공간의 융합과 공동연구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교육부와 대학의 정책이 진화돼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전임교원의 정의도 단과 대학 단위가 아닌, 대학 전체로 확대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과 대학원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타 분야 문제를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타전공 교수님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연구 생산성이나 스트레스는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제도에서는 대학원생은 소속 단과 대학 교수 이외에 타 전공 심지어 같은 단과 대학의 타 교수님과의 공동 연구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칸막이에 갇혀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 모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의 경영학 박사과정생의 연구실을 통합해서 운영한 적이 있다. 타 분야의 이론과 이슈, 안목, 테크닉을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고 교류하고 접목하라는 취지였다.

거의 모든 4차 산업혁명 교육에는 AR/VR, IoT,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등 반드시 ICT 교육이 포함돼 있는 추세다. 이러한 교육은 적어도 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개설할 수 없다. 전임교원 비율이 확보되기 어렵고, 일반대학원 수업을 수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큰 대학이라면 많은 교수를 임용할 수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대학은 그마저도 불가능한 재정상황이다. 대학 캠퍼스내에서 단과 대학간 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수업과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부 제도 자체가 4차 혁명적으로 진화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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