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판단 상황에 따라 모호한 결론
"사회적 합의 거쳐 혼란 최소화해야"
"사회적 합의 거쳐 혼란 최소화해야"
■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
법원이 지난달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 측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결국 사측이 주장했던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근로기준법과 신의칙 간 해석에 대해서는 모호한 결론을 내면서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법원이 판시한 신의칙에 의하면 노사합의에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오인하더라도 통상임금에 가산,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뛰어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이 때문에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면 신의칙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규정했다. 요약하면 기업이 어려우면 신의칙을 앞세우고, 기업이 어렵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을 앞세운다는 미묘한 논리다.
이 때문에 법원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오고 있다. 앞서 있었던 금호타이어와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은 1심에서는 노조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는 신의칙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내세운 사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국GM 노동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거친 끝에 결국 사측이 승리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월급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1988년부터 1개월마다 지급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지침을 고수했지만, 2013년 대법원이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금품도 정기적이고 일률적이면 통상임금에 포함한다고 결정한 뒤, 산정 지침을 법원 결정에 맞춰 바꿨다. 하지만 각종 수당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행 임금체계에서 통상임금 범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항목에 따라 '정기적'이라는 기간 기준과 근로 대가인지, 복리후생 차원인지 등을 판단하기 모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혼란을 막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하는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법에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수당을 명시하고 있고, 독일과 영국은 통상임금을 단체협약 등으로 노사 자율로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통상임금 정의와 제외항목을 명시한 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노사 간 견해차가 커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15년 9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통상임금 명확화를 포함한 대타협을 이뤘지만, 박근혜 정부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을 내놓자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4개월여 만에 파기됐다.
박정일기자 comja77@
법원이 지난달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 측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결국 사측이 주장했던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근로기준법과 신의칙 간 해석에 대해서는 모호한 결론을 내면서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법원이 판시한 신의칙에 의하면 노사합의에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오인하더라도 통상임금에 가산,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뛰어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이 때문에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면 신의칙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규정했다. 요약하면 기업이 어려우면 신의칙을 앞세우고, 기업이 어렵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을 앞세운다는 미묘한 논리다.
이 때문에 법원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오고 있다. 앞서 있었던 금호타이어와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은 1심에서는 노조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는 신의칙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내세운 사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국GM 노동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거친 끝에 결국 사측이 승리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월급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1988년부터 1개월마다 지급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지침을 고수했지만, 2013년 대법원이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금품도 정기적이고 일률적이면 통상임금에 포함한다고 결정한 뒤, 산정 지침을 법원 결정에 맞춰 바꿨다. 하지만 각종 수당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행 임금체계에서 통상임금 범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항목에 따라 '정기적'이라는 기간 기준과 근로 대가인지, 복리후생 차원인지 등을 판단하기 모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혼란을 막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하는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법에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수당을 명시하고 있고, 독일과 영국은 통상임금을 단체협약 등으로 노사 자율로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통상임금 정의와 제외항목을 명시한 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노사 간 견해차가 커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15년 9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통상임금 명확화를 포함한 대타협을 이뤘지만, 박근혜 정부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을 내놓자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4개월여 만에 파기됐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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