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비용 부담 증가로 경영위축될 듯
상의 "상급심서 심도있는 판단 기대"
경총 "기업 일방적부담 감수하라는것"
조선·정유 "법원이 판단해야 할 문제"
상의 "상급심서 심도있는 판단 기대"
경총 "기업 일방적부담 감수하라는것"
조선·정유 "법원이 판단해야 할 문제"
기아차가 지난달 31일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노조에 패해 약 1조원의 추가 임금을 줘야 할 상황에 처하자, 산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 중인 기업은 현대자동차와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SK에너지, 우리은행 등 115개사로 산업계 전 업종에 걸쳐있다.
산업계와 재계는 이번 판결로 앞으로 각 사업장에서 노조나 직원들의 줄소송이 잇따르고, 이로 인해 노동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등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통상임금을 확대하면 기업 전체 부담금이 최대 38조원으로 늘어나 경영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더 심도 있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 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향후 노사 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오늘 판결에선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기존 노사 약속을 뒤집은 노조 주장은 받아들여 주면서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노사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1조원이 넘는 우발 채무를 지게 돼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다"며 "이것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개별 기업들은 말을 최대한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회사별로 임금체계나 경영상황이 다른 만큼 각자 진행 중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소송액이 계속해 변동하고 있지만, 큰 액수는 아니다"며 "기아차와 급여체계가 다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정유업계 관계자 역시 "통상임금은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회사별로 쟁점이 달라 법원이 법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각 회사마다 단체협상 내용이 다른 데다, 인건비 비중도 1%대에 불과해 이번 판결 결과의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금융권도 재판마다 엇갈린 판결이 나오고 있어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사 노조 관계자는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로 은행권 관련 소송에서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회사마다 소송의 세부 사항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대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총과 한국노동연구원은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21조~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해당 기업뿐 아니라 1~3차 협력사 비용부담도 가중돼 산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지윤·조은국·김양혁 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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