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김승룡 칼럼] 일방적 기본료 폐지가 경제민주화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05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일방적 기본료 폐지가 경제민주화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통신 기본료 1만1000원 폐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5일에 이어 미래창조과학부를 또다시 불러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미래부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고민에 빠졌다. 이날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 경제2분과장은 "미래부가 기본료 폐지를 포함해 통신비 인하 방안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통신요금 절감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가 대표적인 통신 정책으로 내세운 것이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를 포함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었다. 이는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마케팅비를 휴대전화 기기 하나당 월 33만원까지만 쓸 수 있도록 못박는 반 시장경제 정책이다. 단통법 시행으로 국민의 단말기 구입비 등 통신비 부담은 더 늘었고, 시장은 경쟁이 사라지면서 싸늘하게 식어 많은 유통점들이 폐업하는 사태로 번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단통법의 경쟁 저해 폐해를 막겠다며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를 조기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 무조건 통신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라는 반 시장 경쟁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박 전 대통령 했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려 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기본료 1만1000원을 없애면 당장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대기업과 가격 경쟁에서 밀려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이는 곧 경쟁을 해치는 단통법과 똑같은 것이어서 문 대통령 스스로 모순된 통신 정책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5000만 이동통신 가입자 모두에 월 1만1000원씩 할인한다니 국민엔 나쁠 게 없다. 필자도 이동통신 대기업을 편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이는 하나를 얻고 열을 잃게 될 정책이다. 특히 획일적 기본료 폐지 압박이라는 정책 소통방식은 그토록 문재인 정부가 외쳤던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바둑 수로 따지면 뒷맛이 몹시도 나쁜 수다. 통신 기업 CEO들을 청와대로 부르지만 않았지, 이들을 권력의 힘으로 압박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같은 기업 정책의 권위주의적 적폐는 사라져야 한다.
가계 통신비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 조성을 통해 기업 스스로 요금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도 좋고 기업도 사는 좋은 수다. 이통사들도 단순히 '이번 비만 피해가자' 식의 접근법은 버려야 한다. 기업의 이윤추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민의 통신복지도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고려해야 한다. 무료 와이파이 사용 지역 확대,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에 대한 통신요금 할인 확대, 기본 데이터 제공량 확대 등 대안을 내놔야 한다.
기본료 폐지 대신 기본료 1만1000원에 해당하는 만큼의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해볼만 하다. 예를 들어 34요금제에서 현재 1기가바이트(GB)를 기본 데이터로 제공한다면 추가로 500MB 정도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은 2016년 7엑사바이트(EB. 1EB는 약 1조1000억 GB)에서 2021년 49엑사바이트로 7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망에서 갈수록 용량이 높은 동영상 사용 비중이 늘어나고, 오는 2020년쯤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5세대(G) 이동통신과 모든 사람과 사물이 통신망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이용량이 더욱 폭증할 전망이다. 5G 서비스 시대엔 지금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로는 영화 한편 보기도 힘들어진다. 이통사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기본 제공하는 데이터 용량을 단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공약을 지키는 일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공약을 지키겠다는 건 위험할 수 있다. 공약을 옳게 실행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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