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요금인하 '역효과' 초래 … 시장경쟁에 맡겨야
후보들 "통신비 인하" 공약 '봇물'
업계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 비판
정부 부정적… 국회 내부서도 논란
이통3사 '영업익 7조9000억' 급감
적자 줄이려 보조금· 장려금 폐지
오히려 소비자 부담 늘어날 수도
후보들 "통신비 인하" 공약 '봇물'
업계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 비판
정부 부정적… 국회 내부서도 논란
이통3사 '영업익 7조9000억' 급감
적자 줄이려 보조금· 장려금 폐지
오히려 소비자 부담 늘어날 수도
![[알아봅시다]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대선공약 논란](http://contents.dt.co.kr/images/201704/2017041702101831104001[1].jpg "[알아봅시다]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대선공약 논란")
내달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속속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중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공약은 단연 가계통신비 공약일 것입니다. 지난 11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어, 지난 13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놨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통신비를 내리겠다고 공언하자 환호가 터져 나옵니다. 통신비 지출을 줄여주겠다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국민 모두가 휴대전화를 쓰고 있지만 통신요금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환호 못지않게 우려도 높습니다. 이익이 줄어드는 통신사가 불만인 것은 이해됩니다만, 심지어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과 함께 '포퓰리즘',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난이 뒤를 따릅니다.
전문가들은 산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기반을 둔 공약이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시장 경쟁으로 내려야 될 요금을 정부가 좌지우지 한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벌일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지, 가격을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당사자인 통신업계에서는 '사기업'인 통신사가 적자만 봐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기본료 폐지 공약입니다. 통신요금에 포함된 월 1만1000원의 기본료를 없애 요금인하 효과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문 후보는 "이동전화 기본료는 통신망을 깔고 통신설비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라며 "LTE 기지국 등 통신망과 관련된 설비투자가 이미 끝난 만큼, 기본료를 폐지해 통신비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본료는 통신사가 네트워크 설비투자, 운용을 명목으로 이용자에게 부과하는 요금입니다. 과거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시절에는 1만1000원 상당의 기본료에 음성, 문자 사용량을 더하는 방식이었죠. 최근 스마트폰 요금제에서는 월정액 안에 통합되면서 기본료 개념 자체가 다소 모호해진 상태입니다.
사실 기본료 폐지 주장 자체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을 거치면서 수차례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내용입니다. 이미 우상호 의원의 발의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부도 기본료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 데다, 국회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어 논란이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신업계의 반발은 거셉니다. 월 1만1000원의 통신요금을 일괄적으로 인하할 경우 이통3사의 영업이익 감소액은 연간 약 7조9000억원(2016년 기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할 것 없이 모든 이통사가 적자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통3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 3조6000억원입니다. 즉, 1만1000원을 인하하면 4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기본료 폐지가 결과적으로 오히려 요금인상을 부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적자를 줄이려는 이통3사가 소비자에게 주는 단말기 지원금(보조금)과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리베이트)을 없애게 되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또, 5세대(G) 이동통신 네트워크 등 투자는커녕, 수익보전을 위한 요율 인상, 데이터 제공량 축소 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통신 전문가들은 강제적, 일률적 요금인하보다 시장경쟁 촉진을 통한 통신비 절감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는 이미 정부의 인위적인 통신요금 개입에 따른 실패 경험도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1000원의 통신요금을 일괄적으로 인하했습니다. 당시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6000억원이 증발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요금인하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었죠. 국민 불만이 높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보조금 상한선을 정부가 결정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높였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동안 ICT를 기반으로 전방위 산업이 융합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던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기술발전과 혁신에는 필연적으로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런데 인위적인 통신비 인하로 이익이 줄어든 통신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겠지요.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단 내리고 보자'식의 요구가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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