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피플&칼럼

[디지털인문학] 추락의 신화, 몰락의 비극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교수 

입력: 2017-04-06 18:00
[2017년 04월 07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디지털인문학] 추락의 신화, 몰락의 비극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교수


하늘을 높이 날다가 '보기 좋게' 추락한 두 청년이 있다. 깜냥도 안 되는데 하늘을 나는 호사를 누리다가 파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스 신화가 전해주는 첫 번째 총각은 파에톤이다. 그의 어머니 클뤼메네는 에티오피아의 왕비였다. 파에톤은 왕자의 특권을 누리며 성장했지만, 사실 그가 누려야 할 것은 그 이상이었다. 그의 친아버지가 태양의 신 헬리오스였기 때문이다. 파에톤에게는 에파푸스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제우스의 아들이었고, 그 자부심으로 파에톤을 무시하곤 했다. 클뤼메케는 아들에게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기죽지 말거라. 네 진짜 아버지는 지금 에디오피아의 왕인 메롭스가 아니라, 태양의 신 헬리오스다." 그 말을 들은 파에톤은 헬리오스를 만나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태양신 헬리오스는 자기를 찾아온 파에톤을 보자 기뻐했다. "우주를 비추시는 빛의 신이시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제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헬리오스는 파에톤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고 맹세했다.

파에톤의 소원은 태양의 마차를 몰겠다는 것이었다. 하늘 높이 올라가서 에파포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헬리오스는 맹세한 것을 후회하면서 소원을 취소하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파에톤은 막무가내였다.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면, 저를 믿어주세요. 아버지가 태양마차를 멋지게 모시는 것처럼, 저도 멋지게 몰아볼게요.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잖아요." 하지만 아버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걸 후회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태양마차는 출발하는 순간부터 궤도를 벗어났다. 하늘 높이 솟았다가 곧 곤두박질치듯 하강했다. 그러자 땅이 불길에 휩싸였고 나무와 풀과 곡식들이 모두 타버렸다. 호수와 강물과 바다가 말랐고, 도처에서 산불이 났다. 불바다가 된 대지의 여신이 제우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제우스는 헬리오스와 상의한 끝에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벼락을 내리쳐 파에톤이 타고 있던 태양의 마차를 박살내는 것이다. 말들은 사방으로 도망쳤고, 파에톤은 불길에 휩싸여 땅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 총각은 이카로스다. 그는 크레타 섬의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의 아들이었다. 부자는 미노스왕의 노여움을 사서 미궁에 갇히게 됐다. 다이달로스는 그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했다. 하늘! 해결책은 하늘에 있었다.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을 모아 실과 밀랍을 이용해서 붙여 커다란 날개를 만들었다. 그것을 자신과 아들 이카로스의 양 어깨에 붙였다. 날개를 새처럼 퍼덕거리자, 두 사람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경고했다. "중간을 잘 유지해서 날아라. 너무 낮게 날면 날개가 물을 먹어서 무거워지고,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을 받아 불에 타버린다." 날개를 단 두 사람은 미로의 높은 벽 위로 날아올라 크레타 섬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다이달로스가 앞장섰고, 이카로스가 뒤를 따랐다. 그런데 날갯짓이 점점 익숙해지자 이카로스는 공중비행을 즐기면서 무리하기 시작했다. 땅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보며 감탄하자, 그 시선을 즐겼다. 높이 솟아오르자 자신이 신이 된 것만 같았고, 태양과 경쟁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태양에 가까워지자, 작열하는 태양이 날개를 붙인 밀랍을 녹이기 시작했다. 밀랍이 완전히 녹자, 날개가 떨어져 나갔고 맨몸이 된 이카로스는 곤두박질쳤다. 바다 속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호기롭게 하늘을 날다 어이없이 추락한 두 청년의 이야기는 지나가 버린 옛 그리스 신화의 애틋한 추억만은 아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처럼 추락한다. 권력과 부와 명예, 성공의 신화에 취하여 겁도 없이 하늘을 비상하다가 오만의 대가를 치르며 곤두박질치곤 한다. 전직 대통령과 곁에 있던 권력자들, 그들 곁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확고히 확장하려고 했던 재벌들의 추락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날개와 황홀한 비상에 취해 추락의 위험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잠재된 것이기 때문이다. 매사에 절제하고 신중할 줄 아는 현명함과 중용, 그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도 모두에게 절실한 요즘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연예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