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주목받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논쟁](http://contents.dt.co.kr/images/201704/2017040402102351607001[1].jpg "[시론] 주목받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논쟁")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발현되는 것 같다. 대선을 맞아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고, 해법 또한 과감하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일자리 대책이다. 일자리가 없다면 소득도 없다는 점에서 일자리는 성장 이상으로 중요하다.
일자리 대책 중에서도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은 뜨거운 쟁점이다. 여론조사 1위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신성장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동력 확보, 그리고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공정임금 보장 노력 등으로 구성된 일자리 공약 패키지 중 하나다. 하지만, 민간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통적인 일자리 접근방식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이 주목받고 있다. 비판의 초점은 일자리는 민간부문이 주도해야 하는 것이고, 공공부문 일자리는 세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 중 공무원 신규채용 17만4000개를 제외한 나머지 64만개의 일자리는 기존 민간부문 일자리를 공공부문으로 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풀린' 공약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잘못된 지적이다.
우선, 한국의 공공부문 종사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전체 취업자 대비 21.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6%(2013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반면 민간부문의 고용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 인하대 조홍식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가능연령대 인구 대비 민간부문의 고용비율은 59.5%로 OECD 평균(51.2%)을 훨씬 상회한다. 민간부문에서 추가적 고용이 발생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고, 한국에서 부족한 것은 민간부문 보다는 공공부문 일자리라는 얘기다.
두 번째로, 공공부문 고용의 증가가 늘어나는 숫자 그대로 추가적 예산부담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공무원의 정원증가를 억제해 왔다. 경찰과 소방 등 안전 분야 정부서비스마저 과소 공급됐다. 중·고등학교 교사는 교육청 정원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고, 복지전달체계를 담당할 복지전담공무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 분야의 신규 공무원채용은 그 수만큼 예산의 추가적 부담을 수반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규 공무원 채용 이외의 공공부문의 고용은 예산의 추가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애 주기별 위험(출산, 보육, 장애, 요양 등)에 대비해 공급되는 돌봄 서비스 등 사회서비스는 정부가 인건비의 대부분을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어왔다. 새로운 시설을 공급하거나, 기존 학교시설을 활용하는 방식, 그리고 민간 시설을 공공분야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대할 경우 공공부문 종사자 수가 늘어나고 종사자의 처우와 대국민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것이지만 예산의 추가적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공공의료 또한 유사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간접고용 또한 추가적 비용부담 없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사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형성되게 된 데에는 인구와 경제규모의 증가에 따라 늘어난 공공서비스 수요를 간접고용에 의존해왔던 공공기관의 책임이 크다. 정부가 모범사용자로서 공공기관 정원을 확대시켜 간접고용 민간 종사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한국 고용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소요되는 추가적 비용 또한 상당수 공기업의 경우 자체 수익금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는 감당할 수 없는 예산의 지출을 수반할 것이다, 혹은 81만개 일자리 중 신규 일자리는 공무원 17만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환 일자리라는 식의 비판은 일면적 주장에 불과하다. 어떤 일자리가 신규이고 어떤 일자리가 기존 일자리를 전환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민간의 질 낮은 일자리를 추가적 예산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공공부문의 안정된 일자리로 전환시킨다면 그 자체가 중요한 성과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한국의 일자리 상황을 타개하는데 공공부문이 선도적 역할을 하면서도 어떻게 추가적 예산부담을 최소화할 지를 모색하는 건설적 방식으로 향후의 공공부문 일자리 논쟁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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