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수 변호사·사단법인 코드 대표
![[포럼] 정부혁신, 시민 참여가 핵심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3102102251607002[1].jpg "[포럼] 정부혁신, 시민 참여가 핵심이다")
2013년,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의 공개와 이용활성화를 위한 공공데이터법 제정 이후 데이터포털,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지원시스템이 뒤따랐고, 그 덕분에 공개된 데이터셋은 현재 1만9694개에 달한다. 공공데이터 공개정책이 나름 외형적 성과를 거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공공데이터를 공개하는 가장 기초적인 이유는 데이터 공개를 통해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고 데이터를 매개로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어 협치를 실현하는 열린 정부를 만드는데 있다. 열린 공공데이터(Open Data)는 열린 정부(Open Government)를 위한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정부의 공공데이터 정책에서 '열린 정부'는 곁다리였다. 그저 공개된 데이터의 수량과 산업에 미치는 효과, 첨단 행정서비스만 강조됐고, 가시적인 산업적 성과의 부족으로 힘겨워했을 뿐이다. 열린 공공데이터는 일부 실현됐을지 몰라도 '열린 정부'는 아직 요원하다. 만약 열린 정부를 제대로 실현했다면 국정농단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권자로서 행동하고 책임을 지는 주체로서의 시민은 참여를 원한다. 열린 정부를 지향하는 커뮤니티인 코드나무(codenamu.org)는 함께 당면한 공공문제를 찾아내어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해커톤을 개최하고,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데이터를 앱으로 만들어 재산형성과정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재정과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지방정부 재정자립도 및 채무현황, 세출예산현황 등을 시각화한 것도 모두 그러한 참여의 열망에서 나왔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개발능력을 구비한 청년들의 최근 활약도 두드러진다. 시민들이 직접 입법제안을 할 수 있는 국회톡톡, 정치스타트업을 지향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와글, 사회·정치문제에 대한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어가는 빠띠 등 발랄하면서도 진지한 청년들의 참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공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자발적인 시민참여는 앞으로 차기 정부의 혁신에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정부 혼자서는 복잡하고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민간이 가진 풍부한 인적·물적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민관 공동생산(Co-Production)은 이미 세계적인 공공혁신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송파구 거주자우선주차구역 공동활용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혁신을 위한 담론은 권력구조 개편이 아닌 시민의 참여와 집단지성을 활용한 생활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해야한다.
'권력의 종말'을 저술한 모이제스 나임은 "21세기에는 권력을 얻기는 더 쉬워지고, 발휘하기는 더 어려워졌으며, 잃기도 더 쉬워졌다"고 설파한 바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현재 권력은 개인과 네트워크로 분산되고, 연결된 수많은 작은 권력들이 국가권력을 압도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던 전통적인 방식은 힘을 잃고 있으며 다양한 정보를 갖게 된 시민을 통치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취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경쟁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정부의 진정한 경쟁력은 엄청난 데이터와 첨단서비스에 있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에너지와 참여를 끌어들이는 리더십에 있다. 열린 정부를 향한 국제네트워크인 OGP의 운영위원국으로 우리 정부가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리는 지금, 그러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진정한 열린 정부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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