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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앙트레프레너`가 만드는 혁신 미래

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입력: 2017-03-19 17:00
[2017년 03월 20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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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앙트레프레너`가 만드는 혁신 미래
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작년에 방영한 EBS 다큐프라임 '앙트레프레너, 경제강국의 비밀'은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라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질문에서 시작해 많은 시사점을 줬다. 대항해시대의 주역 네덜란드와 산업혁명으로 세계의 공장이 된 영국, 그리고 현재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에 이르기까지 경제강국의 비밀은 앙트레프레너(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꾼 이들이 바로 앙트레프레너이며, 이러한 앙트레프레너가 많은 시대는 부유했고, 그 사회는 경제강국이 됐다.

15세기 프랑스, 스페인, 영국과 독일을 지나간 종교전쟁의 뒤에 숨은 경제패권의 비밀이 있다. 유럽의 강국이었던 프랑스는 종교통합을 외치며 신교도인 위그노들을 박해했고, 프랑스를 탈출한 위그노들은 네덜란드, 영국과 독일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중에는 프랑스 경제를 받치고 있던 앙트레프레너들이 많았다. 유럽의 약소국에 불과했던 독일의 제후들과 영국의 지도자들은 프랑스의 위그노를 받아들여 국가경제를 부흥시켰다. 그러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종교통합을 이유로 무슬림을 축출했던 스페인은 경제몰락의 길을 걸었다.

1602년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라는 세계 최초의 유한책임주식회사를 만들어 17세기 경제강국이 됐고, 우리 인류는 상업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나게 된다. 역사적으로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장거리 국제무역이 활발해졌고, 그 전과는 규모가 다른 경제강국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대항해시대의 주역은 장거리항로를 개척한 나라도, 광대한 영토에 많은 인구를 가졌던 나라도 아니고,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였다. 당시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상류층과 몇몇의 거대 상인들이 장거리 해상무역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본을 모았고, 그 이윤과 위험도 함께 나눴다. '동인도회사'라는 유한책임 주식회사를 통해서, 사회전체를 부유하게 만든다.

1700년대 후반, 영국 버밍엄 교외의 한 저택에 매달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루나 소사이어티'라는 모임이 있었다. 루나 소사이어티의 구성은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에라스무스 다윈, 웨지우드 도자기를 만든 조사이어 웨지우드, 산소를 발견한 조셉 프리스틀리, 증기기관을 만든 제임스 와트와 매튜 볼턴이다. 이들은 보름날 밤이면 모여서 자신들의 관심사인 과학에 대해 토론했고, 그 과학을 기술로 구현하는 방법, 그 기술로 돈을 버는 방법 등을 고민했다. 흔히 사람들은 증기기관을 만든 사람을 제임스 와트로만 알고 있는데, 실제로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발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하고 주도한 이는 매튜 볼턴이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서 경제강국의 자리를 차지했고 이 시기 많은 앙트레프레너들이 등장했고, 그중에 볼턴과 와트라는 앙트레프레너가 개발한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단초를 제공했다.

영국의 식민지에 불과했던 농업국가 미국이 독립 후 100년 만에 산업국가로 변모할 수 있었다. 미국 경제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알렉산더 해밀턴은 여러 나라들로 분열될 수도 있었던 미국을 하나의 연방,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졌다. 그 발판 위에서 탄생한 수많은 앙트레프레너들이 모험과 혁신을 거듭하며 '아메리칸 시스템'이라 불리는 미국만의 독특한 경제구조를 만들어냈다. 밴더빌트, 카네기, 록펠러, 에디슨, 포드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앙트레프레너들을 지속적으로 배출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메리칸 시스템의 힘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앙트레프레너는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에 이른다고 했다. 레코드 산업은 카세트테이프로 교체됐고 카셋트테이프는 CD가 나타나면서 사라졌다. 이제는 CD도 디지털음악으로 대체됐다. 이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함으로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무너뜨렸다. 대신 에디슨의 발명으로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밤에도 문을 여는 식당과 극장들이 생기며 도시의 생활양식이 바뀌게 된다.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자동차를 대량생산되면서 자동차도로가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자동차 도로 주변으로 주유소와 쇼핑센터들이 생겨났고, 도시 주변지역들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또 자동차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보험 등 새로운 금융상품이 만들어졌고, 관련 산업들이 생겼다. 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 앙트레프레너들이 하는 일이다. 이러한 역사가 주는 시사점은 앙트레프레너는 국가발전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앙트레프레너가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즉 앙트레프레너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21세기 경제강국으로 가는 필요충분조건은 앙트레프레너의 혁신을 지원하는 제도와 환경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제공하고 앙트레프레너들이 혁신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혁신의 대가를 보장해주는 제도와 사회적 환경을 갖춰야 한다.

최근 현재 증기기관 발명, 대량 생산과 자동화, 정보기술과 산업의 결합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향후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AR),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달과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의 도입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선 표준화가 중요하며,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 분야를 선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전까지의 공장자동화는 생산시설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 생산설비는 제품과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업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생산설비가 중앙집중식 시스템의 통제를 받았지만 향후 각 기기가 개별 공정에 알맞은 것을 판단해 실행하게 된다. 따라서 무인 공장의 등장으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미래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생산성 혁신은 물론 더 많은 물건을,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고, 소비자는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4차 산업혁명은 수많은 앙트레프레너들에 의해 이뤄질 것이고 경제강국과 개발도상국과의 부의 격차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경제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앙트레프레너의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환경을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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