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공정성 제고방안' 발표
창작현장 지원 배제 피해 상황
실시간 모니터링체계 없어 한계
"익명 고발된 위법지시 상급자에
'3진아웃제' 등 제재 장치 필요"
창작현장 지원 배제 피해 상황
실시간 모니터링체계 없어 한계
"익명 고발된 위법지시 상급자에
'3진아웃제' 등 제재 장치 필요"
문화체육관광부가 9일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시작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 이후 5개월이 지나서야 후속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문화예술계 자율을 보장할 검열 방지책이 촘촘하지 못하고, 공정성 방안도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문체부는 이날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제고방안엔 예산편성, 심의절차, 기관 운영, 예술가 권익 보장,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개선안이 담겼지만, 원론적 선언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 창작 현장에서 지원 배제 피해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체계가 빠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그간 업계에서 지속 필요성을 제기한 사안이다.
문체부는 예술지원의 차별 금지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고, 그에 따른 침해신고 접수·조사 위해 '예술가권익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신고에 따른 조치와는 별도로 독립 조직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이에 따른 시정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문화예술계에서 나오고 있다.
김영산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지원 심의 과정과 결과에서 불합리한 업무처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문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 옴부즈만 제도를 강화하고, 지원 심의 과정에 참관인을 둬 폐쇄적이던 심의제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체부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상급자의 위법 지시 거부에 따른 인사상 보호 규정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이 역시 익명으로 고발된 위법지시 상급자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3진 아웃제' 등 보다 적극적인 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영열 예술정책관은 "문체부 행동강령(훈령)의 상위법인 국가공무원법에 상명하복 의무가 있고, 이미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이를 징계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 추가 제제는 문체부 차원이 아니라 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 행동강령에 있는 부당 지시자 징계 근거를 충분히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징계 규정이 존재하는데도 블랙리스트 문제가 생긴 것은 행동강령 운영과 준수 의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공정성 제고방안은 △문학, 연극, 영화 등에서 부당하게 폐지되거나 변칙적으로 개편된 사업을 원래대로 복원(우수문예지 발간 5억원·공연장 대관료 지원 15억원·특성화 공연장 육성 10억원 복원,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 10억원·지역문학관 활성화 10억원·영세 출판사 지원 13억원·피해출판사 도서 우선구매 12억원·공연예술유통지원 10억원)하는 것이 골자다. 또 △문예위와 영진위, 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의 심의 전 과정에서 외부 개입 원천 차단 △예술지원기관의 자율성·독립성 보장으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위상 재정립 △예술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예술가 권익 보장을 위한 법률'(가칭) 제정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위한 '문체부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 등의 계획이 포함됐다. 김영산 실장은 "이번 발표한 안은 기본 구상이지 완성된 안이 아니다. 현장과 소통해 발전된 안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연간 약 2000억원에 이르는 문화예술 분야 보조금을 단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견해를 달리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문화 예술인이나 단체에 대해 지원을 배제함으로써 창작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침해하고, 비협조적인 공무원에 대해 부당하게 인사 조치한 사건이다.박영수 특검팀은 블랙리스트를 최순실의 국정농단 과정 중 작성된 문건으로 보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을 직권남용죄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또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을 같은 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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