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가전의 세계 시장 1위 DNA를 모바일에 접목한다. 'LG 세탁기 세계 1위 신화'를 쓴 조성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이 앞으로 스마트폰에서 "불필요한 혁신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조 부회장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LG 가전에서 단일화한 부품을 상위부터 하위 제품까지 적용해 품질은 높이면서도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며 "스마트폰에도 이런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LG전자 단독 CEO로 선임됐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지난 3개월 동안 업무의 절반 정도를 스마트폰에 할애하며 말 그대로 '열공'했다. 경쟁사 제품 30여대를 사무실에 가져다놓고 장단점을 분석하는가 하면, 경쟁사와 자사 스마트폰 실제로 10여대를 뜯어보며 비교해보기도 했다. LG전자 모바일사업본부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모바일사업본부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MWC 전시관에 마련된 LG전자 전시부스에서 G6를 살펴본 조 부회장은 "경쟁사 제품은 상위부터 하위까지 설계, 부품이 동일한 반면, LG 스마트폰은 제품마다 제각각"이라며 "여러 플랫폼을 조금씩 내놓기보다는 생산 공정을 단일화해 하위 제품 품질을 끌어올리고 부품을 공유, 모듈화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보편성'을 추구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3년 전까지만 해도 경쟁사가 900리터 짜리를 내면 우리가 1000리터로 응수하는 등 용 량싸움이 심했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손도 닿지 않는 곳에 지난해 추석에 먹은 음식까지 넣어놓는 것 말고 효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015년 'G4'를 내놓으며 아날로그 감성을 더한다는 취지로 후면에 천연가죽을 덧댔으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출시한 'G5'는 세계 최초의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공개 직후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으나, 수율 문제로 제대로 제품을 판매하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LG 스마트폰은 소수 마니아를 위한 틈새시장만 공략한 것"이라며 "그리 크지 않은 혁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거나 억지로 뭔가를 끼워 넣어 문제를 만들기보다는 가급적 많은 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요소를 제품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G6'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LG전자는 MWC 개막 하루 전날 'G6데이' 행사를 열고 전략 스마트폰 'G6'를 공개했다. 'G6'는 18대9 화면비의 풀비전 디스플레이, 듀얼 광각 카메라, 음향 수준을 높이는 쿼드 DAC 등을 탑재했다. 조 부회장은 "고객의 시각과 제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MWC 전시관을) 살펴보니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WC 현장을 둘러본 조 부회장은 귀국에 앞서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건너가 이틀 동안 유럽 내 전반적인 LG전자의 사업을 논의할 계획이다. 바르셀로나(스페인)=정윤희기자 yuni@dt.co.kr
LG전자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전략 스마트폰 G6를 선보이고 지난해보다 배 이상 커진 전시공간에서 스마트폰 제품군을 선보였다. 이날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가운데)이 LG전자 전시관을 들러 G6를 살펴보고 회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