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우수 정부 R&D과제 대상
조사 토대로 포트폴리오 구축 도와
작년 56개 연구 276개 특허출원
올 예산 22억… 지원 대폭 확대
조사 토대로 포트폴리오 구축 도와
작년 56개 연구 276개 특허출원
올 예산 22억… 지원 대폭 확대
■정부 R&D 혁신의 해답 `특허`서 찾다
(하) 강한 특허 완성해 주는 '특허설계지원사업'
특허로 흥한 기업과 망한 기업이 있다.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 개발에 성공해 제품 상용화에 성공한 우리나라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엠피맨닷컴)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영국의 다이슨이다.
디지털캐스트는 1990년대 말 MP3 플레이어에 관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까지 보유했다. 하지만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보유 특허의 권리범위를 나타내는 청구항을 허술하게 작성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 결과 국내 후발주자들이 제기한 수많은 특허무효 소송에 휘말려 결국에는 특허료를 내지 못해 특허가 소멸됐다. 혁신적 제품 개발에 성공하고도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하는 운명을 맞았다.
디지털캐스트와 달리 다이슨은 특허 조기 권리화와 강력한 특허망 구축 등 적극적인 지식재산 전략을 기반으로 관련 시장을 독점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다이슨은 국내에 '날개 없는 선풍기'를 출시하기도 전에 저가의 모방품이 범람하자, 특허심사하이웨이(PPH) 제도를 이용해 한국에서 특허권을 조기에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모방품들이 자사 특허 권리범위를 침해하거나 회피하지 못하도록 권리범위를 넓게 정하는 전략으로 강력한 특허망을 구축했다. 그 결과 특허출원 이후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 모방품을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이처럼 두 기업 모두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특허 전략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갈렸다. 디지털캐스트의 특허는 출원 단계에서 청구범위가 정교하게 작성되지 못해 경쟁 기업들로부터 특허무효 소송의 주 타깃이 됐고, 후발주자들의 모방기술을 차단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다이슨의 특허는 권리범위가 넓고 강력하게 설정돼 있어 모방품들이 권리범위를 침해하지 않고는 피해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허 무효공격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쉽게 말해 상대방의 특허 공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패'와 함께 언제든 공격해 이길 수 있는 '창'을 동시에 갖춰 놓았던 것이다. 이렇듯 특허를 출원할 때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최적의 권리범위를 갖도록 청구항을 설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허청은 지난해부터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우수 연구성과가 특허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강한 특허로 완성될 수 있도록 '정부 R&D 특허설계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연구개발 완료 단계의 정부 R&D 과제를 대상으로 강한 권리를 갖도록 기술 특성을 분석해 발명의 범위를 확장하고, 심층적인 선행기술 조사를 토대로 최적의 국내외 특허 청구항 설계를 지원한다.
특히 연구자가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과 적용 대상, 용도 등의 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지원, 발명을 폭넓게 보호하는 강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도록 돕는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30개 대학과 공공연구소의 56개 R&D 과제를 지원해 모두 276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출원된 특허 가운데 해외특허 출원 비중은 19.6%로 정부 R&D 과제 평균인 16.3%보다 높았다.
특허청은 올해 22억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원 과제 수를 84개로 늘리고,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우선 지원해 정부 R&D의 혁신적 성과가 우수한 특허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사업을 통해 나온 우수 특허가 곧바로 활용될 수 있도록 특허청과 다른 부처의 기술이전·사업화 지원사업과 연계할 예정이다.
이선우 특허청 산업재산창출전략팀 과장은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특허설계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공공연구소의 창의적 연구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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