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이 올해 벤젠 가격의 상승으로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이달 세계 시장에서 거래된 벤젠의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값)는 톤당 약 172달러로 2012년 이후 5년 만에 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연간 벤젠 스프레드(약 81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수율을 고려한 스프레드다. 벤젠 가격 역시 이달 1000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평균가 638달러보다 60%가량 올랐다.
이는 중국에서 벤젠을 생산할 때 주로 사용하는 원료인 석탄 가격이 지난해 9월부터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10억톤 감축한다는 목표를 내걸었고, 올해는 2억5000만톤을 줄일 계획이다.
중국은 그동안 석탄원료를 활용한 벤젠 설비를 늘려왔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설비의 평균 가동률은 48%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전 세계 벤젠의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한 양상을 띠며 가격이 급등했다.
중국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주로 벤젠의 주원료로 나프타(납사)를 사용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과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아로마틱 계열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한다. 벤젠은 침대 매트리스, 방석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스타이렌모노머(SM)의 원료다.
벤젠 호재의 수혜는 국내 업체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SK이노베이션이 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연간 벤젠 생산능력은 164만5000톤으로 GS칼텍스(100만톤)나 한화토탈(70만톤), 에쓰오일(60만톤), 롯데케미칼(55만톤), LG화학(50만톤)에 비해 많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벤젠으로 매출 10억4951만달러(약 1조2000억원), 영업이익 1억3300만달러(약 1500억원)를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벤젠이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다. 올해 벤젠 스프레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 영업이익만 지난해 두 배로 늘어나고,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의 석탄화학 증설계획이 잇따라 무기한 연기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벤젠의 스프레드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현 수준만 유지돼도 올해 벤젠 영업이익은 3억달러(약 3440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