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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정치인은 기업인의 사드대처법을 배우라

이규화 선임기자 

입력: 2017-02-12 17:00
[2017년 02월 1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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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정치인은 기업인의 사드대처법을 배우라
이규화 선임기자

최근 사드 배치 보복으로 중국 구매처로부터 주문이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업인을 만났다. 그러나 말을 들어볼수록 내심 우려하는 기색은 별로 없었다. 제품 경쟁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에게는 사드 보복에 대응한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작년 6월 사드 배치 공식화 이전에 중국 기업과 계약을 맺고 선수금을 10%에서 30%로 올렸다. 선수금이 과도했으나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 수출 물량이 많지 않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밀어붙였다"고 한다.

이 기업인이 사드보복을 두려워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고객사와의 끈끈한 거래관계에 있다. 그의 회사는 주문 후 수개월의 생산과정에서 고객사의 엔지니어를 초청해 제조, 조립과정에 참여시킨다. 그 과정에서 양 사간에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형성돼 거래 파기의 리스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른바 공감의 협상술을 발휘한 것이다.

사드 보복이 한류, 관광, 공연시장에서 실물교역까지 전방위로 일어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중국 정부의 보복이지 중국 기업이나 중국인의 보복이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나는 중국의 사드보복은 검역검사 지연, 기술규준 변경, 허가 취소, 쿼터량 제한, 자국 기업 수입제한과 심지어 비자발급 거부나 지연 등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앞으로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이 어떤 양상을 띨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 정부가 아무리 규제하고 단속해도 민간의 세세한 거래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중국 정부가 여행사들에게 한국으로 가는 관광객을 20% 줄이라는 '한한형'을 내렸지만,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중국관광객은 2015년 대비 35% 늘어 806만 명을 기록했다. 중국관광객 증가는 단체 관광객인 유커보다 20·30대 개별관광객인 '산커'(散客)의 비중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작년 중국관광객 가운데 산커의 비중은 60%였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중국 직구족의 한국상품 구매액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대중국 전자상거래 B2C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2%와 152% 증가했다. 직접 수출에서 많은 견제를 받은 화장품이 인터넷 거래에서는 167%나 폭증했다. 대중국 인터넷 수출이 는 데는 중국 정부가 수입품 암시장을 근절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해외 직구 물품에 수입세를 대폭 인하한 데 따른 것이지만, 이 기회를 이용해 중국 직구족을 위한 다양한 편의와 프로모션을 개발한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동물문양 마크스팩의 원조 격인 한 중소화장품 업체는 중국 직구족을 겨냥해 작년 2분기부터 '왕홍'(파워블로거)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작년 7월 사드 보복을 예감하고 수출의 우회 통로로 직구족을 겨냥했다. 회사 대표는 "중국 전자상거래사이트에 전용 몰을 개설하고 수차례 중국 왕홍을 초청해 홍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작년에도 두 자릿수 수출증가를 실현했고 현재 주식시장 상장절차를 밟고 있다.

사례로 든 한 기계생산기업과 화장품회사의 사드 대처 공통점은 지레 겁먹거나 저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의 보복 조치는 더 거세질 것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본질을 버리면서까지 이익을 구걸해선 안 된다.

작년 야당 의원들이 사드 논의를 한다며 베이징을 방문한 것은 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조선 시대의 책봉사절을 연상시켰다. 그들의 행위는 중국의 압박 프레임이 먹히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두 기업인이 구사한 계약의 선점과 공감 효과, 호혜 이익의 관철 같은 작은 전술들이 모이면 사드보복도 오래가지 못하고 힘을 잃을 것이다. 다만, 정치인들이 판을 깨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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