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언어 결합해 법망 피해
등록 거절 시엔 소송까지 불사
피해 유형에 따라 맞춤전략 시급
등록 거절 시엔 소송까지 불사
피해 유형에 따라 맞춤전략 시급
중국 현지 상표권 무단 선점 '비상'
빙수 프랜차이즈 업체인 설빙은 2014년 한류 드라마에 힘입어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내며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현지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유사 영업행위에 대한 대응이 미흡해 짝퉁 카페가 속속 생겨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들 짝퉁 카페가 중국에서 가맹점까지 모집하는 사례가 속출했으나, 중국 상표법의 선출원주의 원칙 때문에 상표권을 찾기 쉽지 않았다.
이처럼 상표 브로커의 상표권 무단 선점으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상표 브로커의 출원 유형이 단순 모방 출원에서 결합상표 출원으로 점점 교묘해지고, 예전과 달리 법적 대응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중국 상표 브로커의 한국 기업 상표출원 유형을 분석한 결과 한글+영문+중문 결합상표로 출원한 비중(54%)이 단일 상표 출원(27%)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원래 상표를 있는 그대로 모방해 출원한 것에서 벗어나 최근 2∼3개 언어를 조합해 모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상표는 과거 국내 기업이 단일상표 형태로 중국에 출원했다가 거절된 것으로, 중국 상표 브로커들이 상표출원을 할 때 국내 기업의 기존 상표출원 형태를 철저히 분석해 등록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중국 상표 브로커들은 원래 상표권리자인 국내 기업들보다 발 빠르게 중국 내 상표권 확보에 나서 주목된다.
실제로, 중국 상표 브로커는 우리 기업 브랜드를 모방해 상표 출원한 후 상표등록 거절이 결정되면, 이에 대한 대응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거절 결정에 대해 불복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불복 소송을 통해 상당수가 상표등록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브로커에 의해 상표가 무단 선점됐다면 이를 알게 된 시기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진다. 한국에서 상표를 출원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기에 브로커의 중국 상표출원일이 한국 상표출원일보다 늦었다면, 조약우선권 혜택에 의한 선출원주의 원칙상 한국에서 출원한 날짜를 중국에서 동일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선점당한 상표 출원에 이의신청이나 무효소송 청구를 하면 선출원의 지위를 근거로 선점상표를 무효화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상표 브로커가 상표등록에 이미 성공해 권리화가 이뤄진 경우에는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없고, 무효심판 소송을 통해서만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이 비싸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관련 특허청은 중국 상표브로커 피해 유형, 상표권 확보 방법 등의 사례와 최근 중국 상표법 개정사항 등을 담은 가이드북 '중국 상표보호의 모든 것'을 펴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관계자는 "무효심판은 등록된 상표브로커의 상표권 대응에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인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브로커의 상표권을 매입하는 쪽으로 대응 전략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무효심판을 제기해 압박하는 것이 향후 상표권 매매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준 중국 상표브로커는 김광춘과 김광춘의 자회사인 '심양신사격림유한공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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