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출력 4PW급 레이저 빔라인 점검 분주
지름 55㎝ 원형 반사거울 등
자체기술로 시설 직접 구축
광학 가속 · 양성자 가속 등
극한상황 물리현상 직접관찰
연구단장 "세계적 성과위해
장기적인 지원 뒷받침돼야"
지름 55㎝ 원형 반사거울 등
자체기술로 시설 직접 구축
광학 가속 · 양성자 가속 등
극한상황 물리현상 직접관찰
연구단장 "세계적 성과위해
장기적인 지원 뒷받침돼야"
![[르포]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시설`을 가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1002101176788001[1].jpg "[르포]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시설`을 가다")
지난 3일 광주 오룡동 광주과학기술원(GIST) 내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시설.
방진복을 갖춰 입고 에어 샤워까지 마친 뒤 시설 안으로 들어가자 연구원들이 세계 최고 출력인 4PW(페타와트·1000조W)급 레이저 빔라인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레이저가 시작되는 부분인 '프론트 엔드' 장비 안에 색종이를 대자 붉은색의 '씨앗빔'이 비쳤다.
이 작은 빛이 펄스확장기와 다섯 단계의 증폭기, 펄스압축기 등을 거쳐 전 세계 발전용량을 모두 합친 것의 1000배에 달하는 4PW 출력의 레이저가 된다.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레이저로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출력이다.
빔라인 후반부에는 지름 55㎝ 크기의 원형 반사거울이 서 있었다. 이 거울은 국내 업체가 특수 제작한 것으로, 2003년 처음 연구시설을 세우며 벤치마킹했던 일본에서도 이 정도 크기 반사거울을 제조할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이성구 초강력레이저연구실장은 "우리 기술로 전체 시설을 직접 구축해 가면서 많은 핵심 장비를 국산화했다"며 "초고출력 레이저를 증폭시키면서 순도를 유지하기 위한 독자 기술 노하우가 단계마다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4PW 레이저 출력에 성공한 연구단은 올해부터 이를 활용한 실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이런 초고출력 레이저를 머리카락 굵기의 50∼100분의 1 수준인 1∼2㎛(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점에 모아 물질에 쏘면 '제4의 물질 상태'인 플라즈마가 발생하면서 우주에나 존재하는 극한 상황의 물리현상을 실험실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빛의 압력이 전자와 양성자 등 입자들을 밀어 빛의 속도로 가속되는 '광학가속'이 일어난다. 이론적으로 4PW 레이저를 기체 매질에 쏘면 1100m 길이의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같은 수준인 10GeV(기가전자볼트) 에너지로 전자를 가속할 수 있다.
또 현재 암 치료에 사용하는 양성자치료기와 같은 200Mev(메가전자볼트)급의 에너지로 양성자를 가속할 수도 있다. 연구단은 이렇게 가속된 입자를 한번 더 PW급 레이저와 충돌시켜 감마선을 발생시키는 연구도 할 계획이다. 이런 레이저장에서의 양자전기역학(QED) 효과는 이론적으로만 연구되고, 아직 실험적으로 규명이 안 된 영역이다.
남창희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장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근본적인 물리현상을 연구해 인류의 지식 지평을 넓히고 인력을 양성해 한국이 이 분야 세계 선두에 서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 레이저를 활용한 소형 입자가속기와 양성자치료기, 감마선을 활용해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를 줄이는 신기술 개발 등으로 이어져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단장은 이런 대형연구 영역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려면 안정적인 장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이 시설에서 나온 연구성과들을 해외 학회에서 발표하면 잘 믿어주질 않았다"며 "10년 넘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하면서 이제는 10PW급 레이저 연구시설을 구축 중인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자문하고 있고, 1990년대 이 분야를 주도하던 일본의 연구자들도 이제 거꾸로 문의를 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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