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댈러스 매버릭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해리슨 반즈가 앞에 언급된 두 선수와 비견되기에는 사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가진바 잠재력을 폭발시킨다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만하다.
2012년 1라운드 7번픽으로 골든스테이트에 뽑힌 반즈는 6피트8인치(약 207cm)의 키에 225파운드(약 102kg)로 아주 이상적인 체형과 준수한 운동능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 24살이 된 이 포워드는 대학 시절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우승에 마침표를 찍은 카이리 어빙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NBA 데뷔 이후 어빙은 팀의 주포로 거듭났고 반즈는 '백투백 MVP' 스테픈 커리와 '리듬 슈터' 클레이 탐슨, '만능 살림꾼' 드레이먼드 그린이 있는 팀에서 4옵션에 머물러야 했다.
물론 반즈는 골든스테이트에서 뛴 4년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것들을 배워나갔지만 팀이 그에게 준 역할만큼이나 그 성장 폭 역시 미미했다.
NBA 입성 첫해인 2012-2013시즌 81경기에 선발 출장해 평균 25.4분 동안 9.2득점 필드골 성공률 43.9% 4.1리바운드 1.2어시스트라는 기록을 남긴 반즈는 리그 4년차가 된 2015-2016시즌에도 평균 30.9분을 뛰며 11.7득점 필드골 성공률 46.6% 4.9리바운드 1.8어시스트란 숫자밖에 남기지 못했다.
'전미최고선수', 대학시절 부진으로 평가가 조금 깎이긴 했지만 서부지구 강호로 올라서던 골든스테이트가 팀 구성에 마침표를 찍으려 '1라운드 7번픽'으로 뽑은 인재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결국 반즈는 자신을 좀 더 한계까지 몰아붙이기 위해 댈러스로의 이적을 감행했다. 댈러스와의 계약 금액은 4년 9600만 달러. 반즈의 잠재력을 봐왔던 팬들이라도 반즈가 댈러스와 맺은 4년 9600만 달러라는 FA 계약은 오버페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계약이었다.
우선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평균 38.1분(주전들의 계속된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늘어난 경향이 있다)을 뛰며 22.9득점 필드골 성공률 49.2% 5.5리바운드 0.9어시스트로 어시스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성적이 향상됐다.
특히 득점이 2배로 늘고 어시스트가 줄었다는 점은 반즈가 드디어 팀의 해결사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2배에 가까운 득점은 9.6개에서 18.3개로 늘어난 슛 시도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2배의 슛을 던진다고 2배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반즈의 노력이 있다.
골든스테이트 시절 반즈는 너무 이쁘게 농구를 하려는 선수였다. 유려한 슛터치와 준수한 운동능력을 지녔기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어 그런점도 있겠지만 몸싸움으로 대변되는 거친 플레이, 소위 말하는 들이대는 플레이를 싫어하는 인상을 풍겼다. 덕분에 30분 넘게 뛰면서도 자유투는 2개 언저리 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반면 댈러스의 반즈는 그런 경향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지만 팀의 에이스로서 빡빡한 수비나 더블팁이 들어올때 파울을 얻어내기위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반즈는 매 경기 4.4개의 자유투를 얻어 3.9개(88.6%)를 성공시키고 있다.
또한 골든스테이트의 반스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사이드에서 커리나 탐슨이 빼주는 공을 3점으로 연결시키는 '3&D' 선수였지만 댈러스에서는 45도에서 공을 잡고 플레이를 시작하는 모습이 늘어나는 등 자신의 행동반경도 확장시켰다.
이제 경기가 거듭될수록 상대를 허무하게 만드는 그의 미드레인지 점퍼는 팀 선배이자 NBA의 전설적인 선수가 된 덕 노비츠키를 연상시킬 정도다.
아직 전술적으로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탓인지 최소 35%, 최대 40%까지 꽂아주던 3점슛 성공률이 31.3에 머물러 있지만 달라진 행동반경과 역할에 적응한다면 이 역시 35%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반즈는 팀이 이겼을때 32.5득점 54.5%의 필드골 성공률 5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리그 탑 스코어러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팀이 패배할때는 20.5득점 슛 성공률 47.5% 5.6리바운드 0.6어시스트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시즌 10경기에 불과한 기록과 모습을 가지고 이미 NBA의 전설과 스타 반열에 오른 맥그레이디와 하든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올 시즌이 끝날 무렵 반즈가 강력한 '기량발전상(MIP)'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것 말이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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