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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중기 사업의지 더 이상 꺾지 말라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 입력: 2016-10-16 17:00
[2016년 10월 17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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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중기 사업의지 더 이상 꺾지 말라
이규화 선임기자


30대 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이 지난 10년간 3배 증가해 50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서겠지만 소극적 경영과 현실 안주에 길 들여진 탓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대기업과 달리 산업단지 소규모 기업들한테서 사업하려는 의지를 발견하는 것은 뜻밖이다. 이들은 대기업처럼 돈을 쌓아놓고 있는 것도, 확실한 거래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간 해온 업을 키워보겠다는 의욕이 충만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본부에 따르면, 시흥안산스마트허브(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 1만 9000여 개 가운데 임차기업이 66%인데, 이들의 절반 이상이 자가 공장으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 부지에 공장을 갖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들이 주로 기계, 전기전자, 화학 등 부품 뿌리산업 기업으로 오랫동안 자기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기업들임을 고려하면 스스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단공이 201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임차공장주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산단 입주기업 가운데 공장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자가공장이 23%인데 비해 임차기업은 32%로 10%p 가량 많았다. 규모가 큰 기업보다는 10~50인 미만 기업이 34%로 가장 많았고 10인 미만 기업도 30%였다.

실제로 시화산업단지 임차기업주들을 만나보면 공장 부지를 물색하는 것이 가장 큰일이다. 사업이 잘 되는가 보다 하면,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이익의 10~15%에 이르는 임차료를 내지 않고 R&D에 투입해도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수도권, 이왕이면 시흥안산단지 내나 부근으로 이전 확장을 원한다는 점이다. 시흥안산스마트허브는 조성된 지 30년이 넘어 낙후된 면도 있으나 거래선과 협력업체가 인접해 있고 수도권 산단으로서 비교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다. 수도권 밖 이전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인력 확보 때문이다. 교통 물류 발달로 거리와 운송비는 극복할 수 있어도 인력은 어쩔 수 없다. 현재 인력이 함께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뿐더러 지방에서 확보할 수 있는 지방 상주 인력도 제한적이다.

산단공이 지난해 시화단지 옆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추가분양 입찰에서 임차공장주들에게 가산점을 주려다 거센 반발을 사며 소송까지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임차공장주들에게 사업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을 보고 이들의 애로를 해결하려던 의도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자가공장주들도 적지 않다. 본업보다는 임대소득에 치중한다. 시흥안산스마트허브 내 목 좋은 곳은 월 임대료가 평당 3만 원이 넘는다. 웬만한 곳도 2만 5000원 안팎이다. 1000평의 부지를 보유한 기업주는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임대료만으로도 단순 계산해 최대 3000만 원의 월수입을 올릴 수 있다. MTV 추가분양에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분양가가 220만 원 내외였으나 바로 이웃한 공장 부지는 600만 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시화안산스마트허브처럼 수도권 특히 경기 서남부 지역은 항만 공항과 가깝고 교통, 물류, 인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공장 부지 품귀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수도권을 조그만 벗어나면 미분양 공장부지가 널려있는데도 말이다. 사업하려는 의지를 지닌 중소 제조 사업자들에게 부지 공급을 늘려야 한다.

노후산단을 혁신하고 입지를 개선하는 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으나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제외하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과 시행령이 너무 엄격하다. 부동산 투기는 막아야 하지만 사업자를 유인하려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조성된 지 20년 넘게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는 시화호 서편 수천 만평의 간척지 중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수도권 임차공장주들에 특화한 중소제조업 전문단지로 개발하면 제격이다.

수만 수도권 임차공장주들에게 사내유보금은 사치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가공장에 투자해 기계를 돌리고 싶어한다. 그들의 사업하려는 의지는 대기업 뺨친다. 창조경제란 바로 이들에게 마음 놓고 일할 터전을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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