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ㆍ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원정경기` 떠나는 모델 하우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08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원정경기` 떠나는 모델 하우스")
요즘 아파트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를 사업장 인근이 아닌 다른 동네에 짓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 분양단지의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로 도심권 단지가 많아 인근에 여유 부지를 찾기 힘들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한국경제, 2016. 5. 9). 예를 들면 동작구 흑석동에 재개발 아파트를 짓는 L건설은 모델하우스를 용산구 갈월동에 지었다. 프로야구팀처럼 '원정경기'를 떠나는 모델 하우스가 늘고 있다. 최근 후끈 달아오른 분양열기 덕택에 지역을 불문하고 수요가 몰리자 집토끼(지역내 수요)에 이어 산토끼(수도권 광역 수요)까지 잡기 위해 단지가 들어서는 현장과 동떨어진 곳에서 분양홍보를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매경, 2016. 6. 2).
한동안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재테크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낮아서 미분양이 많았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 일반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냉난방 시설에다 수세식 화장실, 샤워시설 등을 갖춘 문화주택으로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졌다. 게다가 근린 편의시설까지 갖춘 쾌적한 타운이 형성되고 교육열이 높은 학군으로 부상하자 아파트 열기가 뜨거워졌다. 이 덕에 목동, 여의도, 압구정, 잠실 등 한강변을 따라 아파트 숲이 형성됐다.
우리나라 아파트 분양은 전통적으로 '입도선매(立稻先賣)다. 집을 다 지어놓고 파는 게 아니라 지을 집을 미리 파는 방식이다. 땅만 있으면 남의 돈으로 집을 짓는,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가 아파트건설이었다,
최근 정부가 서울 강남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분양단지의 가수요를 차단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풍선효과로 다른 단지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7월1일 서울 흑석동 등 일부 모델하우스엔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당첨만 되면 현장에서 몇천만 원의 웃돈이 붙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부 청약자는 아파트를 보난자처럼 생각하고 있다.
On Saturday Laura and I went to a local show house. It was a house that was recently renovated and then each room was decorated by a different local designer using products and furniture from stores in town(토요일 로라와 함께 지역 쇼 하우스에 갔다. 최근에 수리한 집이었는데 색다른 지역 디자이너가 마을 가게서 구입한 제품과 가구로 각 방을 꾸며놨다).
이처럼 집을 분양하려면 쇼하우스를 지어야 한다(우리는 모델하우스라고 부른다). model house란 앞으로 짓게 될 집을 분양하기 위해서 건축 전에 소비자들에게 미리 보여 주려고 견본으로 지어놓은 집이다. A show house, also called a model home or display home, is a term for a 'display' version of manufactured homes, or houses in a subdivision(쇼 하우스는 모델 홈 또는 본보기 집이라고도 하는데 완성된 집의 견본 판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문장 하나에 모든 해답이 다 들어 있다. 영어에 model house라는 말은 없다. 우리가 말하는 모델 하우스는 show house다. model home이나 display home이라고도 해도 된다.
근래 일부 신문들이 모델 하우스를 견본주택 혹은 본보기 집이라고 쓰고 있는데 매우 권장할만 하다. 아니면 '구경하는 집'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2004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견본주택'이란 용어가 등장한 이래 이 말이 널리 쓰이게 됐다. 모델 하우스에 가면 단지 전체의 규모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축소 모형도 준비해 놓고 있다. 이를 건축 모델(architectural model)이라고 부른다. 건물의 위치, 동의 배열, 조경, 편의시설 따위를 가시화해 놓은 것이다.
그동안 아파트가 투기의 장이 되자 온갖 규제가 거미줄처럼 생겨났다. 소유제한, 대출규제, 전매제한, 세금폭탄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양도 차익 중과(重課)), 새집의 취등록세 때문에 집을 마음대로 팔 수 없는 나라. 서민들은 집이 가진 것의 전부인데 세금이 무서워 이사도 못가는 세상이 됐다. 빌딩이나 상가는 소유의 제한이 없는데 집은 크기에 관계없이 두 채만 있어도 차익의 중과로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다. 1가구2주택 부부가 위장 이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이사의 자유를 허용하라." 집의 소유와 매매가 자유로워지면 건설업은 호황을 누리고 주거시장은 안정을 찾게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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