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용량은 높이고 부피 팽창은 줄인 새로운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 소재와 함께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장비도 함께 개발해 고성능 이차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UNIST는 조재필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사진)팀이 기존 음극 소재인 흑연보다 용량을 45% 늘린 '흑연·실리콘 복합체'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전기차 등이 대중화되면서 이차전지 수요가 늘고 있지만, 성능이 뛰어나면서 저렴한 음극 소재 개발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기존 음극 소재로 쓰이는 흑연을 대체할 물질로는 용량이 10배 이상 큰 실리콘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 소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동안 부피가 4배 정도 늘어나고, 전지 성능도 급격히 감소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실리콘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흑연 음극 소재에 실리콘 나노 코팅 기술을 적용한 흑연·실리콘 복합체를 만들었다. 이 복합체는 충·방전 하는 동안 부피가 크게 늘지 않고, 전자와 리튬 이온의 이동 거리가 줄어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조재필 교수는 "새로운 음극소재는 최근 불붙은 전기차의 주행거리 연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흑연계 물질만 사용하면 주행거리가 200㎞ 안팎에 머물지만 이번에 개발한 음극소재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면 300㎞까지 주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새로운 음극 소재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장비도 함께 개발했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한 번에 300㎏ 이상의 음극 소재를 6시간 만에 제작할 수 있다. 공정 절차도 간단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음극소재는 현재 개발된 일본과 중국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부피 팽창률을 15% 이상 줄였다"며 "전 세계적인 이차전지 연구개발 경쟁에서 가격과 안전성이 가장 우수한 음극 소재 원천기술을 선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울산광역시청의 '그린에너지 소재기술 개발센터 구축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