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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갈 길 먼 `데이터 기반 혁신`

이규화 선임기자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 입력: 2016-08-07 17:00
[2016년 08월 08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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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갈 길 먼 `데이터 기반 혁신`
이규화 선임기자


제철기업 A사는 철스크랩을 쌓아놓고도 새로 주문을 내는 바람에 한동안 원료 재고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을 갖췄으면서도 원료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전자기업 B사는 통합적 구매관리를 하지 못해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놓쳤다. 국내, 말레이시아, 베트남 생산공장이 각각 별도로 미국 부품공급사에 주문을 넣는 바람에 1000만 달러 이상 구매처에 가격을 할인해주는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 회사도 ERP와 공급망관리시스템(SCM) 등이 구축돼 있었다.

반면, ERP와 SCM 등 디지털 경영의 이점을 최대로 활용해 급성장한 기업도 있다. 가구회사 C사는 SCM을 구축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기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자재와 제품에 대한 구매 관리 생산 공급 재고 등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매출이 점프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급성장 배경에는 이케아도 부러워할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관리시스템과 기준정보관리시스템(MDM)이 작용하고 있다.

국내 비즈니스에서 디지털 경영을 본격 도입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이제 새로운 '디지털 재창조'가 필요한 시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경영의 근간을 바꿔왔지만, 그동안 새로운 디지털 환경이 조성됐고 시장과 비즈니스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디지털 재창조는 기능의 통합에서 데이터 통합으로의 전환을 말한다.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 환경에서는 비즈니스의 핵심은 정보 즉 데이터다. 디지털 재창조는 곧 '데이터 혁신'이다.

데이터의 혁신은 정보의 품질에 달려있다. 정보의 품질은 '정물(情物)일치'다. 제철 기업 A사와 전자기업 B사는 현물과 정보가 따로따로였다. 반면 가구회사 C사는 하찮은 부품까지 현물과 데이터를 철저하게 일치시켰다. 그 관리 대상을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대해 한 시스템 안에 묶었다. 특히 C사는 자재와 제품 고객 등에 대한 수천만 가지의 기본 정보 즉 기준정보(master data)를 실시간 정물 일치시켜 수십만 가지로 늘어난 상품의 공급망을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운영해왔다. 이 회사는 '데이터 기반 혁신'을 발판으로 가구회사에서 세계적으로도 예가 없는 토털 생활공간 큐레이션 서비스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수천만 명을 넘어 수억 명에게 개인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이다.

디지털 재창조는 물량 투입의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에게 성장의 돌파구로서 데이터 경영을 통한 '효율성'에 눈 뜰 것을 제안한다. IT와 디지털은 경영이 감당할 수 있는 경계를 확장했다. 그럼에도 기업 경영자들은 확장된 경계를 넘어서려는 도전보다는 그것이 주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도취했다. A사와 B사의 실수가 그런 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C사의 도전이다. C사는 시설공사 엔지니어를 수개월에 걸쳐 교육을 시키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업무에 관한 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는 거라고 한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공급망과 백업 시스템이 이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회오리도 일찍이 우리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혁신에 눈떴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매출 5000억~5조원 규모의 국내 기업 가운데 데이터 경영의 가장 기초적인 기준정보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이 단 1%뿐이라는 지적은 충격적이다. C사의 성공사례가 다른 기업들로 확산하길 기대한다. 데이터 기반 혁신을 당장 시작하지 않는 한, 우리 기업에 남은 마지막 희망의 씨앗 '효율성'은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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