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국산화로 과학경쟁력 향상·산업생태계 조성 이끌것"

국내 도입 연구장비 67%가 외국산… 연구자 '외국산 선호' 인식 변해야
연구장비 인프라·분석기술 역량은…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서
국산 연구장비 개발·성능평가 통해… 과학기술 발전 새 돌파구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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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장비 국산화로 과학경쟁력 향상·산업생태계 조성 이끌것"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DT 초대석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영화 '곡성'의 명대사 '뭣이 중한디'가 유행이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것이 진정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를 압축한 말일 것이다. 지난 2월 취임한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사진)에게 중요한 것은 국산 연구장비 개발을 통한 기초과학 진흥이다.

이 원장은 1990년 연구원 창립멤버로 들어가 28년 만에 '기초지원연 출신 첫 기관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연구원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산 증인이다. 그런 만큼 연구원의 속살까지 훤히 다 꿰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우리 연구원'이란 말을 자주 쓰며 연구원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이 남다름을 보여줬다.

이 원장은 "과학기술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과학자)과 연구장비"라며 "과학적 지식과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는 과학자에게서 나오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실현해 주는 매개는 연구장비"라며 연구장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자현미경을 개발한 에른스트 루스카, 질량분석기를 개발한 리위안저, 핵자기공명기(NMR)를 발전시킨 리하르트 에른스트,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개발한 폴 바우버터 등은 연구장비를 개발해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이다.

그는 "지난해 중성미자의 실체를 규명한 공로로 3명의 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는데, 이 연구 역시 중성미자를 검출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연구장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과학기술 발전 속도와 수준이 올라가면서 연구장비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국산화가 필요하고 개발할 수 있는 연구장비를 산업체와 함께 개발함과 동시에 기존 국산 연구장비의 성능 평가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연구장비 산업 육성과 활성화를 통해 선순환 구조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장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돼 간다. 그간의 소회는.

"원장 직전에 부원장을 지냈다. 그땐 중요한 결정을 기관장과 상의해서 했기 때문에 책임감이 덜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결정을 전부 해야 해 어깨가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도 부원장 시절보다 훨씬 빨리 가는 것 같다. 벌써 임기(3년)의 6분의 1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원장이 된 후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욕심 내지 말고 임기 동안 핵심적이고 중요한 일 한두 가지만 하라'고. 그가 말했듯이 많은 일을 하기보다는 꼭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다행히 내부 출신이다 보니 연구소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빠르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임기 내 가장 역점을 두는 점은.

"우리 연구원은 국가 연구장비를 구축하고 산학연이 공동 활용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과학기술을 진흥하는 임무를 국가로부터 부여받았다. 설립 초기인 1980년대만 해도 우리 연구원이 도입한 연구장비가 곧 국내 최초 장비이자 국내 최고 수준의 유일한 첨단 연구장비였다. 이런 역할은 지금도 필요하고, 여전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임기 동안 기초연구 인프라 및 기반기술 확보와, 연구장비 개발 및 산업생태계 조성 두 가지 미션에 집중해 기관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역점사항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우선 우리 연구원의 고유임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 구축하는 선도 연구장비는 국내 연구자의 수요가 많고 장비개발 관련 기술 축적이 가능한 연구장비를 위주로 할 계획이다. 또 우리 연구원의 새로운 영역으로 외산 의존도가 높은 연구장비의 국산화와, 연구장비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모아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국산 연구장비가 산학연에 널리 보급·확산되도록 연구장비의 성능평가를 지원하는 것도 우리 연구원이 해야 하는 몫이다."



-'기초지원연 출신 첫 기관장'이다. 입사 당시와 지금의 연구장비 인프라와 기술 수준을 비교한다면.

"우리 연구원에 입사해 원장이 된 최초의 직원이다. 올해 28주년을 맞은 연구원 역사와 함께 해 왔다. 1990년 연구원과 첫 인연을 맺었고 대덕 본원은 1993년 10월 완공됐다. 당시에는 국내 처음으로 도입되는 장비들이다 보니 연구자들이 장비 운영방법을 배우고 테스트하느라 밤늦도록 퇴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4년 초고전압 투과전자현미경(HVEM) 구축을 시작으로 세계적 수준의 대형 연구장비 구축이 이어졌고, 현재 선도 연구장비로 지정·운영하고 있는 9종의 연구장비 모두 세계적 수준의 성능과 운영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연구장비 인프라 수준은 선진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이러한 장비를 활용하는 분석과학기술 역량도 세계적 수준에 이른다. 다만 우리 손으로 연구장비를 개발하는 것은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연구장비 국산화를 위한 과제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연구자의 인식을 바꿔야 하고, R&D 시스템과 정부 정책도 변해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과학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연구장비 국산화는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연구장비의 67%가 외산장비로, 매년 국가 R&D 예산 중 5000억원 가량이 외산장비를 사는 데 쓰이고 있다. 국내에 한정해 보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문제는 연구장비 시장에 뛰어들 국내 업체가 많지 않을 뿐더러, 성능에 상관없이 국산 연구장비보다 시장에서 검증된 외국산 장비를 선호하는 연구자의 인식 때문에 외면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연구장비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미 출시된 국산 연구장비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우리 같은 기관이 해 줘야 한다."



-연구장비 개발을 위한 연구원의 전략은.

"우리 연구원은 연구장비 업체와 공동으로 보급형 전자현미경 등 4종의 국산 연구장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산 연구장비의 품질 향상과 성능인증을 위해 '국산 연구장비 성능평가 활용 랩'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 랩을 통해 국산 연구장비와 같은 수준의 외산장비를 비교·분석, 우리 장비의 부족한 점과 기술 우위에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렇듯 국산 연구장비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막연한 외산장비 선호에 따른 국산 연구장비 기피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외국산 일색인 국내 연구장비 산업 육성과 활성화 방안은.

"연구장비 국산화는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시장과 연계해 보면 넘어서기 힘든 거대한 장벽이 있다. 우선 연구장비 시장은 소량 다품종 생산체제이고, 중형급 이상의 장비는 주문형 제작으로 이뤄지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또한 소수의 대형 업체가 독과점하는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시장성이 없는 상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기 위해 연구장비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가장 좋은 모델은 국가 R&D 예산을 투입해 시장성 여부와 상관없이 연구장비의 요소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기업체들이 활용해 상용 장비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생산된 장비를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이 성능평가를 해 주고, 앞서 도입함으로써 장비에 대한 기본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해외수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으로 하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일정 수준 이후부터는 시장 논리에 따라 민간 분야의 자율경쟁에 맡기면 된다고 본다. 정부도 이에 공감하고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연구장비 개발에 있어 기업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연구장비는 우리 연구원 혼자서 할 수 없다. 상용 장비로 활용하려면 기업과 시작부터 같이 해야 한다. 현재 연구장비 관련 기업체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기업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어떤 것들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알아가고 있다.

기업들은 고가의 연구장비에 대한 개방과 활용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개발한 장비가 어느 정도의 성능인지를 유사한 외국산 장비와 비교·실험하는 기회를 갖길 원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1억∼2억원 가량의 연구장비부터 개발하려고 한다. 기술 불모지 시절 선진국 기술을 배워 기술개발에 나섰기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돌리고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듯이 연구장비 역시 지금부터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면 '연구장비 기술강국'으로 언젠가 우뚝 설 수 있고, 장비산업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출연연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조직이 진정한 혁신을 하기 위해선 내부적으로 구성원 간에 (혁신과 변화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소통이 있어야 하고, 외적으로는 그러한 혁신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큰 힘으로 작용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출연연에 대한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내부 또는 외부의 어느 한 가지 힘에만 의존해선 결코 이룰 수 없다.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인 연구자들이 연구자로서의 자존감을 갖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선행된 후에 외부와의 긴밀한 소통과 공감, 협력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연구자 역시 국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 민족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아주고 부각시켜 주면 무엇이든 헌신하고 열심히 하려는 기질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는 연구자의 존재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이들이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줘야 할 것이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연구장비 국산화로 과학경쟁력 향상·산업생태계 조성 이끌것"


이광식 원장은…

◇학력

-1983∼1987년 서울대 지질과학과(학사)

-1987∼1989년 서울대학원 지질과학과(석사)

-1989∼1997년 서울대학원 지질과학과(박사)

-1997∼1998년 미국 조지아대 박사후연수원



◇경력

-2008∼2009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환경 과학연구부장

-2009∼현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영년직 연구원

-2009∼2016년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학 연교수

-2009∼현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 T) 교수

-2012∼2013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재난 분석과학연구단장

-2012∼2015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 본부장

-2012∼2016년 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

-2015∼현재 출연연 연구장비공동활용지원단장

-2015∼현재 대전시 과학기술위원회 위원

-2015∼2016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원장

-2016∼현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



◇상훈

-2010년 한국지질학회 학술상

-2012년 대통령 표창

-2015년 과학기술훈장 웅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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