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3배 늘었는데 급여 오히려 줄어
신동빈 회장 작년 20억원
첫 공개 2013년보다 낮아
"의도적 숫자 조절" 관측
신동빈 회장 작년 20억원
첫 공개 2013년보다 낮아
"의도적 숫자 조절" 관측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영업이익 5000억원에 23억원의 연봉을 받던 사람이 1조6000억원이 넘는 이익이 났는데도 20억원을 받았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등기이사로 있는 롯데케미칼이 '이상한' 임원 급여를 지급했다. 업계는 신 회장이 연봉 공개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숫자를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지난해 급여 15억원에 상여 5억원 등 총 2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해 23% 늘어난 연봉이다.
롯데케미칼은 5억원의 상여 지급에 대해 "임원 보수규정에 따라 매출액, 영업이익 등의 계량적 지표와 리더십, 윤리경영, 기타 회사 기여도로 구성한 비계량적 지표를 종합해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조61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13.8%라는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전년(3509억원)과 비교해 359%나 영업이익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2013년과 비교하면 상황이 다르다. 2013년에 신 회장은 급여 20억원과 상여 3억3000만원 등 역대 최대 수준인 지난해보다 더 많은 총 23억3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당시 영업이익은 4874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을 비롯한 직원 급여는 실적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허 사장은 2015년 8억3000만원, 2014년 6억1900만원, 2013년 6억9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직원 평균 급여도 2015년 8000만원, 2014년과 2013년은 각각 6700만원이었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이전에는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임직원 보수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한도를 승인받은 뒤 대표이사가 회사의 보수규정에 따라 정한다. 신 회장이 2013년 이후 스스로 급여를 낮추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2014년의 경우 실적 부진을 고려해 급여를 낮춘 것"이라며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같이 임원 급여를 깎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위기와 같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를 제외하면 기본급여를 깎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며 "배당을 많이 받았거나 다른 상장 계열사에서 급여를 많이 받은 점 등을 의식해 숫자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들로부터 해마다 약 300억원을 받은 것을 두고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지 경위를 추적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롯데 자금관리 담당들은 이 돈이 배당금과 급여 성격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역사 등 10개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에서 급여를 받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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