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석 전자정부추진위원장ㆍ고려대 명예교수
![[이슈와 전망] 규제 풀어야 데이터산업 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30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규제 풀어야 데이터산업 산다")
디지털 시대, 우리는 데이터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넘쳐나는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이용해야 최고의 정부가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 다른 선진국들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고전하고 있지만 유독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만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업자 수가 줄어들고 있고, 일부 업종에서는 구인난까지 겪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정확히 읽고, 정보공개 등 알맞은 정책을 추진해 온 오바마 대통령의 지혜가 결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공개의 법제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도 상당히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법'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제정했었고, 공공데이터의 의무 공개를 규정한 '공공데이터법'도 이미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현 정부도 '정부3.0' 정책 등을 통해 정보공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래서 일부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공개된 공공데이터가 쓸모없는 파일 투성이'여서 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마도 공개된 공공데이터가 대부분 파일 형태여서 수요자가 가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한 것 같다. 데이터 내용면에서도, 제때 업그레이드가 안 이루어져서 정보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전 세계는 공유경제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낡은 제도와 규제 때문에 새로운 산업이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방을 빌려 줄 수도 없고, '심야 콜 버스'도 달릴 수 없다고 한다. 산업사회의 낡은 규제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산업을 뒤에서 잡아끌면 안 된다. 디지털 시대에 알맞은 건강한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제때 공공데이터를 업그레이드해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에 공공데이터의 산출과 관리를 책임지는 CDO(Chief Data Officer)를 임명해야 한다. 둘째, 기관들이 가치가 있는 데이터는 개방하지 않고 가치가 없는 정보만 공개하는 데이터의 '그레샴 법칙'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기관이 보유하고 개방한 공공데이터의 이용도를 측정해 차년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담 기관을 지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ARPA 연구망 초기에 미국에서 시행해 많은 성과를 낸 바 있다.
셋째, 공공데이터는 민간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융합할 때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민간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거래소'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넷째, 무엇보다도,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기업, 새로운 산업이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규제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는 이전의 산업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갖기 때문에 과거 산업화 시대의 법령 틀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 활동을 지원할 수 없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정비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개혁조치는 위해성이 있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법령에 하지 말라는 규정만 없으면 어떤 기업 활동도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면적으로 법령체제를 개혁해야만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법령에 규정이 없으면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는 현행 제도로는 정부의 규제개혁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규제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토끼처럼 빨리 달려가는 현실과 거북이처럼 느려빠진 법제정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세상에 맞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모색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정보화 선두국가답게 우리 주위엔 데이터가 넘쳐나고 있다. 우리에겐 데이터를 처리할 기술도 있고 시장 수요도 있지만, 낡은 규제 때문에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물이 농사의 근간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데이터가 사회의 근간이 된다. 예전엔 치수(治水)를 잘하는 이가 유능한 황제였고 그런 나라가 강대국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데이터 시대에는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잘 이용하는 '치(治)데이터' 국가가 일류국가다.
국민소득 3만달러 장벽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이용하는 '치(治)데이터' 국가가 돼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규제혁명'으로 데이터 기반의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