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이슈와 전망] 불확실성시대 `인재 투자능력` 키워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23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불확실성시대 `인재 투자능력` 키워라")
2015-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EPL) 우승팀 레스터시티는 스포츠계에 놀라움과 칭송의 대상이 되었다. 언론은 동화 같은 이야기, 기적의 스토리, 100년간 회자(膾炙)될 얘깃거리라고 했다. 특히 11경기 연속 골이라는 EPL 신기록을 세운 제이미 바디는 8부리그에서 주급 5만원을 받았던 공장노동자 출신이다. 클라우디오 왕으로 등극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64세가 되도록 1부리그에서 단 한번의 우승경력 없이 루저로 불리는 떠돌이였다.
선진국에서 스포츠산업은 중요한 서비스업이다. 미국 NFL의 방송중계료가 연 5조원, EPL의 자국내 중계료만 2조8000억원이 넘는다. 상당수 스포츠팀들이 상장됐고 각 구단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구단에서 고용한 스카우터들이 잠재력 있는, 즉 앞으로 가치가 올라갈 선수들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찾아 나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스터시티 베스트 11의 연봉이 세계최고의 선수 메시의 1/7이라는 언론보도는 이 시장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선수의 몸값이 곧 질(質)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제대로 된 인재를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세상사인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동시에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이 세상에 별 족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들 가운데는 우리에게 더 많은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갈등을 줄여주고 더 큰 번영을 가져다 주었을 위인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공항 라운지에서 외견상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던 70대 아시아계 남성, 30대 흑인 여성, 20대 백인 남성으로 보이는 세 일행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날 따라 주변이 조용해 필자는 이들의 대화내용을 자연스럽게 엿듣게 되었는데 워렌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하더웨이 직원으로 추정됐다.
후에 들은 말인즉 현장방문 시 회사정책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될 때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통적 재무이론에 따른 다변화가 아니라 옥석을 가려 장기투자하는 버핏의장의 투자원칙에 부합하는 방침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는 유행을 따라 획일적인 잣대로 인재를 걸러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대부분 제조업체에서는 관리직이라고 하더라도 인문계 출신은 기피하는 추세다. 반대로 10여년 전 이공계 출신을 홀대,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나이가 많다고 취업이 안되고 정년에 걸리면 어김없이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얼마 전까지도 회사가 요구하는 스펙을 맞추려다 보니 토익이나 토플을 만점 받아도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취준생들이 많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학기말이면 학생들의 성적이의신청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 회사는 학교성적보다 발표를 잘하는 학생들을 더 선호하는 추세로 공부 열심히 하는 내성적인 학생들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류에 따라 같은 잣대로 인재를 뽑는 것은 기업이나 사회나 크게 손해나는 일이다. 그것은 오늘 사서 내일 팔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단기 주식투자로 큰 성공을 거뒀던 케인즈는 주식의 내재적 가치보다 다른 투자자들의 생각을 먼저 읽었다.
기업이 마치 미인대회 우승자를 알아 맞추듯이 인재를 뽑고자 한다면 레스터시티의 기적도 워렌버핏의 위대한 성공도 기대할 수 없다. 더욱이 모든 기업이 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우리나라에 그와 같은 기적과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마치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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