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시장 현황을 고려해 개정안을 시행했지만 근본적인 시장 활성화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정부가 개정한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임시방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의 안정을 위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이 다음 해에 할당받은 배출권을 미리 당겨 사용할 수 있는 차입한도를 10%에서 20%로 상향했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배출권을 살 수 없어 내달 정산 시점에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허용량을 부여하고 감축 실적에 따라 배출권을 사고팔아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을 많이 해 허용량이 남은 기업은 다른 기업에 배출권을 팔고, 반대로 허용량을 초과한 기업은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를 시행한 2015년 이후 시장 거래가 활성화하지 않아 1차 정산 시점이 임박한 최근 문제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배출권 전체 거래량은 124만톤으로 정부가 할당한 5억4322만톤의 0.2%에 그쳤다. 올해 거래 양(약 111만톤)을 합해도 정부 할당량의 1%에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차입 한도를 올려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 213곳의 상태를 해소하기로 했다. 다만 배출권 차입 한도를 늘려도 부족한 기업 22곳의 배출권 20만톤 분량에 대해 추후 정부 예비분을 공급해 해소하기로 했다. 배출권 시장에서 원하는 거래를 하지 못해 과징금을 내는 상황은 막으려는 조치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시장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배출권 할당대상 기업 523곳의 배출 실적을 보면 전체 배출권 보유량이 실제 배출량보다 700만톤 많았다. 그러나 기업별로 보면 기업 288곳(55%)에서 배출권 2000만톤의 여유가 있었지만, 기업 235곳(45%)에서는 1300만톤이 부족했다. 시장 전체에서 배출권 공급이 충분함에도 시장 불균형으로 인해 사고 싶어도 배출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출권을 사고 싶어도, 배출권이 남는 업체가 시장에서 팔지 않아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차입한도를 늘려 배출권 부족으로 인해 맞을 과징금은 당장 피할 수 있겠지만, 이런 시장 상태로는 차입 기한이 끝나는 2년 뒤에 또다시 폭탄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이번 정부 조치는 차입한도를 늘리거나 조기감축실적 인정한도를 해제하는 등 배출권이 부족했던 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초점이 있었다"며 "당장 1차 이행현황을 정산하는 시점이 1달 밖에 남지 않아 단기적인 내용 위주로 제도가 변화했지만, 궁극적으로 배출권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기기자 bravelee4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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