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초대석] "헬스케어 세계 2등 소용없어… 변화 못 쫓아가면 시장서 도태"

원격의료 활성화·ICT 기술 등 접목 필요
문제있다면 협의 통해 해결 방법 찾아야
중동·중남미·중국 등 지역별 특화전략 추진
의료시스템 수출 고부가가치 창출 할 수 있어
정부·전문기관·민간 기업 협업체계 구성
중복지원 예방 통합 컨트롤타워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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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초대석] "헬스케어 세계 2등 소용없어… 변화 못 쫓아가면 시장서 도태"
이영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DT 초대석
이 영 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채 인위적으로 막으면 그만큼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세상의 흐름이 4차 산업혁명, 원격의료, 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로 가는데 이러한 변화를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언젠가는 다른 나라가 그 영역을 차지하고, 우리는 결국 뒤처진 채 모든 기회에서 소외될 것이다."

이영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헬스케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보건산업진흥원장에 취임한 이 원장은 1984년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복지부에서 30여 년간 몸담으면서 복지정책과장, 연금제도과장, 건강정책과장, 혁신인사기획관, 홍보관리관 등을 거쳐 차관까지 역임한 복지·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다.

그는 진흥원장 취임 후, 복지부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수출 생태계 조성과 기술 사업화 지원 등에 팔을 걷었다. 서울 당산동 보건산업진흥원 서울회의실에서 이 원장을 만나 헬스케어 산업이 가야 할 방향과 육성전략을 들었다.



대담=안경애 생활과학부장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헬스케어 무대에서 숨 가쁘게 뛰는데 우리는 변화 속도가 한참 느리다. 헬스케어 분야 규제 이슈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가.

"15세기 초 명나라의 제독이었던 정화는 선박을 이끌고 아프리카까지 탐험했다. 당시 세계 최고 선박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그 시대 영국의 배는 정화 선단에 비하면 돛단배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중국 정부는 거대 선단이 반란의 소지가 될까 두려워 정책적으로 억제했다. 그 결과 유럽 열강들이 강력한 조선기술을 토대로 세계를 호령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고 그들의 침략까지 당해야 했다.

이 예에서 드러나듯 변화를 막으면 후유증이 생긴다.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고 가능하면 앞서가기 위해, 원격의료를 활성화하고 디지털, ICT 기술 등을 접목해야 한다.

일부에서 안전성 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안다. 그러나 문제점이 전혀 없는 제도는 없다. 문제점이 있으면 협의를 통해 완화하거나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정책인데, 이걸 일방적인 힘으로만 막으려고 하면 안 된다.

기술의 진보는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2등으로 따라가서는 소용이 없다. 빠르게 변화해서 시장을 선점해야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의료의 글로벌 브랜드화 전략은 무엇인가.

"올해는 외국인환자 유치사업 8년차를 맞는 해로, 지난해 의료해외진출법 제정은 의료 글로벌화의 법적 지원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법은 의료 해외진출과 외국인 환자 유치에 필요한 각종 육성·지원책과 외국인 환자 권익 증진 등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6월 23일부터 의료해외진출법이 시행되면, 복지부와 함께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마련, 의료 통역 검정제도 마련, 유치 수수료 부과실태 조사 등 법에 따른 제반 사항 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지난 2월 29일에는 메디컬코리아지원센터를 서울 명동에 열어 외국인 환자의 건강검진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지원센터는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상담·통역·법률 등의 서비스를 종합 지원하는 창구다. 4월부터는 외국인 환자에 대한 미용성형 부가세 환급제도 실시 등 법 제정을 계기로 '의료한류' 붐을 조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불법 유치 브로커를 단속하고 진료비와 수수료를 공개해 시장 질서도 보다 건전하게 만들 것이다."

-의료시스템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한 방안은.

"의료시스템 수출은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이뤄지는 의료시스템, 제약, 의료IT 등 보건의료산업 전반에 걸친 수출을 의미한다.

지역별 특화 전략을 통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중동은 의료시스템·제약·의료IT 패키지 진출, 중남미는 유망 시장 개척, 중국은 동부연안 등 경제 발전 지역에 대한 맞춤형 지원 확대,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은 의료인 면허 인정 확대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소규모 의료기관 진출 형태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중·대형 규모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의료시장 진출은 국내 보건의료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시너지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선 빠른 혁신과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메이드 바이 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의 세계화 전략은.

"그간 IT헬스, e헬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용어를 통일해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명명했는데, 올해는 해외진출 확대와 성공사례 창출을 위해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중남미와 중동 지역에서의 병원정보시스템, 전자의무기록 등 수출전략을 수립하고 해외에 원격의료 모델을 시범 적용하는 등 성공사례를 만들 것이다.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건강상담 및 만성질환 관리서비스 등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 원격의료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려면 기술의 장점과 효과를 얘기만 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실제 우리 의료현장에 적용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다른 나라에도 도입할 것을 권유하고 설득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안전성 등을 이유로 의료계 일부가 강하게 반대해 쓰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원격의료에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하는 방향으로 잘 협의하고, 산업 발전과 첨단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민관협의체가 최근 발족했는데 의미는.

"복지부는 올해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바이오헬스 7대 강국 도약 의지를 밝힌 바 있다. 2월 16일에는 그 후속 조치로 발족한 바이오헬스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1차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는 미래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 공공기관, 의료계, 업계, 전문가 등이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구성됐다.

보건산업이 발전하고 있으니 이 기회에 정비할 정책과 제도는 정비하고, 제약·화장품, 의료기기, 정밀재생의료 등 각 분야 발전계획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로 구성됐다. 이제 시작했으니 하반기에는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헬스케어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서려면 정부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중요한 것은 결정이 필요할 때 정부가 신속하게 결정하고, 규제를 풀 것은 풀어주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엔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이 처음에 위험부담이 많아 고민하는 분야를 과감하게 믿고 가보라는 차원에서 지원을 하면 된다. 첨단 분야에서는 R&D를 지원하고, ICT, 줄기세포 등 여러 분야는 제도적인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약품의 경우도 복지부와 산업부가 초기 연구자금을 지원한 것이 '8조 기술수출'을 일궈내는 데 도움이 됐다. 초기에 연구를 계속 해야 할 지 확신이 서지 않았을 때 정부가 미래산업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며 지원을 하면 이 같은 성공사례들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 불필요하게 중복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려면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은 헬스케어 R&D를 총괄 수행하는 국립보건원(NIH)을 두고 있고, 일본은 지난해 이를 벤치마킹해 문부과학성·후생노동성·경제산업성의 바이오 관련 정책과 예산 집행을 총괄하는 '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만드는 한편 수상 직속 의료산업 민관합동 조직인 MEJ(Medical Excellence Japan)를 구성했다. 우리도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기능을 보다 효율화하려면 언젠가는 검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정부와 전문기관, 민간 기업이 협업체계를 구성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한 의료수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가 조성돼야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공적인 진출 및 지속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의료수출 종합 정보 제공, 관련 기관과의 협업체계 구축과 공동 협력사업 추진, 의료기관과의 정기적 간담회 개최, 국제행사 개최 등 다각적 지원사업을 통해 생태계 구축에 힘쓸 계획이다. 너무 많은 일을 벌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포인트를 잡아서 제대로 해내도록 하겠다."

-올해 진흥원이 집중할 사업 방향은.

"보건의료 R&D 분야에선 메르스 등 주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 및 주요 감염병 면역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자살·중독 예방 등 정신건강 분야 기술 개발과 고령친화제품 중점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또 혁신 신약 개발, 미래 융합 의료기기 개발, 맞춤의료를 위한 유전체 연구 등에 지원할 것이다.

더불어 보건의료기술의 지식재산화 지원, 기술이전, 투자유치, 창업에 이르는 전주기적 기술사업화 지원을 강화하고, 제약산업의 R&D 기획이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지속 성장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글로벌진출을 지원해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성장 DNA를 탄탄히 키워나가겠다."

정리=김지섭기자 cloud50@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DT초대석] "헬스케어 세계 2등 소용없어… 변화 못 쫓아가면 시장서 도태"


◇이영찬 원장은



학력

-한영고등학교(1978)

-경희대 법학과(1982)

-경희대 행정학 석사(1984)

-런던정경대 Social Policy 석사(1993)

-경희대 행정학 박사(2003)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2005)





주요 경력

-보건복지부 행정사무관(행시 27회, 1984)

-보건복지부 홍보관리관(2006~2007)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2007~2008)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2008~2009)

-주 제네바유엔사무처 공사참사관(2009~2012)

-새누리당 보건복지수석전문위원(2012~2013)

-보건복지부 차관(2013~2014.7)

-경희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객원교수(2014~2015)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2015.8~ )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산업의 육성·발전과 보건서비스 향상을 위한 지원사업을 수행해 보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법'에 의거, 1999년 설립됐다. 진흥원은 보건의료산업, 융합산업, 고령친화산업 등 산업육성 정책을 개발하고 근거 통계를 생산하는 정책 기능과, 보건의료 연구개발 기획, 중개연구·신기술개발·건강기반 구축 연구를 지원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R&D 기능을 갖고 있다. 또 제약·의료기기 사업, 보건산업 컨설팅, 기술사업화 지원 등 산업 육성 역할과 함께 의료시스템 수출, 해외환자 유치 지원, 정부 간 보건의료 협력과 수출 등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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