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개성공단, `죽어야` 활로 생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2/20160215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개성공단, `죽어야` 활로 생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점에는 한 마음이지만, 통일의 방법에 대해서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남한 내에서도 이른바 남남 갈등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의 차이로 이어졌고, 그 결과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으로 인한 혼란 또한 적지 않았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대북 제재의 방법과 수위에 대한 논란이 국제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개성공단의 사실상 폐쇄가 결정됐다. 금강산관광이 그러했듯이 개성공단도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상징하는 것이면서도 그 이면에는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논란이 매우 날카롭다.
비록 개성공단이 수많은 기업들과 근로자들의 직장이고, 소득원이라 하더라도 개성공단 문제를 경제적 이해관계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 동서독의 통일과정에서 동독지역 내에 섬처럼 고립되어 있던 서베를린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개성공단에 유사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북정책 내지 통일정책에 따라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 또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남한의 자본 및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시켜 경제적 부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개혁, 개방의 길로 이끌어낸다는 애초의 목표가 이뤄졌다면, 그래서 북한이 중국과 유사하게 발전하는 가운데 평화적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면 가장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만든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은 얼마나 개혁·개방됐는가.
개성공단의 본질은 참여 기업들의 경제적 이익도 아니고, 참여 근로자들의 직장도 아니다. 그 본질은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통한 통일의 디딤돌이라는 점에 있었기에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지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지렛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면 그 존폐를 재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3차 핵실험 당시 북한이 폐쇄를 시켰던 것과 지금 우리 정부가 먼저 폐쇄를 결정한 것은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 것은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북한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또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결코 굴복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을 볼 때, 오히려 북한 측에서 개성공단의 폐쇄에 대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긴다. 만일 우리 정부가 폐쇄를 먼저 결정하지 않았으면 2013년 당시처럼 북한에서 폐쇄를 결정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개성공단 문제로 북한에게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나아가 평화적 통일의 장래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독일의 베를린과 개성공단을 비교할 수는 없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이 동서로 분할되었던 것은 전승4강국의 분할점령 때문이었고, 동독 내의 서베를린을 동독이 함부로 하지 못했던 것도 전승4강국의 입김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그러한 외부적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북한과의 관계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개성공단의 미래와 관련해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여기서 개성공단을 절대적으로 살려야만 한다는 것은 개성공단의 생사를 사실상 북한에게 맡기는 꼴이 된다. 과연 이 위기를 다시 넘기고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통일의 디딤돌로 기능하게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의 볼모 역할을 하는 개성공단이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죽기를 각오했을 때 비로소 활로가 열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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