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중국 밑바닥부터 다져 '1000배' 성장
농심 '한국의 맛' 승부… 바둑 마케팅 활용도
한미약품, 강력한 영업망에 어린이 약 '롱런'
오리온, 중국제과 2위 등극 '1조 시대' 개막
아모레퍼시픽, 15년 손해 기다림 끝에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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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 거침없는 질주 '국내 5개사'
13억 중국인들은 '하오리여우(好麗友)파이'를 먹고 이리엔(衣戀)사의 옷 한 벌 쯤은 갖고 있다. 또 이들은 안방에서 '매운 것을 못 먹으면 사내 대장부가 아니다(吃不了辣味非好漢)'라는 광고를 접한다. 하오리여우는 오리온 초코파이, 이리엔은 이랜드의 중국어 이름이고, 광고 카피는 농심 신라면을 알리는 것이다. 이들 한국 대표 제품과 브랜드는 중국인의 일상에 파고들어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이랜드, 오리온, 아모레퍼시픽, 농심, 한미약품 5개 사가 중국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남들보다 앞서 90년대 초·중반 중국 시장에 진출, 철저한 현지화와 손해를 무릅쓰는 신뢰 쌓기와 스킨십, 중국인의 마음을 읽은 마케팅으로 20년만에 대륙시장에서 미증유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특히 중국 경기가 주춤한 가운데도 최근 내놓은 2015년 실적발표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기록했다.
◇ 96년 나란히 첫발 '이랜드·농심·한미' 20년만에 대박= 1996년 나란히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랜드와 농심, 한미약품은 각각 패션·라면·제약 시장에서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1994년 상하이 생산지사 설립 후 1996년 '이랜드' 브랜드를 선보인 이랜드는 밑바닥부터 다지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현지화 전략으로 성장을 일궈냈다. 패션연구소에 중국 디자이너들을 기용, 이들을 중국 전역에 파견해 시장조사를 하고, 중국 파견 직원은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읽도록 했다. 진출 초기 최종양 중국법인장은 버스와 기차로 6개월간 중국 193개 도시를 돌며 시장을 파악하기도 했다.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성향에 맞춰 매장 로고와 컨셉트도 빨간색으로 했다. 그 결과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곰 캐릭터를 활용한 '티니위니'는 연매출 5000억원대의 대형 브랜드가 됐고, 1997년 25억원이던 중국 매출은 지난해 2조6500억원으로 1000배 이상 커졌다. 이랜드는 현재 중국 내 249개 도시에서 7700여 개 패션·식음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996년 상하이에 공장을 세우며 진출한 농심은 작년 2512억원의 사상 최대 중국 매출을 기록했다. 2011년의 1112억원에서 4년만에 2배로 성장한 것이다. 비결은 현지화 대신 '한국의 맛'으로 승부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바둑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 신춘호 농심 회장은 "농심 브랜드를 중국에 그대로 심어야 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맛은 물론 포장, 규격 등 모든 면에서 '있는 그대로' 가져간다"는 전략을 공표했고, 그 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그러면서도 마케팅에는 중국인의 정서를 반영했다. 1999년 바둑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국가대항전인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만들었다. 중국이 우승한 2008년 대회에서 112억원의 마케팅 효과를 거두며 대표적 스포츠 마케팅 성공사례로 자리 잡았다.
농심은 2011년 연변에 생수공장을 세우고 라면에 이어 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 한미약품, 수교 전부터 오래 공들이고 강력한 영업망 갖춰= 한미약품은 제약사들이 국내에 안주하고 있던 1996년 중국에 진출, 어린이용 약 시장에서 홈런을 치며 작년 중국에서만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임성기 회장은 한중 수교 5년 전부터 직접 중국을 왕래하며 단계적 접근을 했고, 1992년에는 국내 제약사 최초로 제품허가를 획득했다. 이 회사는 수출로 성장 기반을 먼저 확보한 후 현지 공장을 세우자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당시 불모지였던 어린이 약 시장에 집중, 중국 7개 병원 임상시험을 거쳐 1994년 어린이 유산균정장제 '마미아이' 현지 등록에 성공했다. 또 소아과 권위자를 초청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를 돌며 150여 차례 세미나를 열어 제품을 알렸다. 그 결과 마이아이는 중국 대표 어린이 유산균정장제로 자리 잡았다. 이어 성인 의약품 시장으로 시장을 넓혔다. 이 회사는 70%가 의사·약사 출신인 강력한 영업조직을 꾸려 중국 전역에 걸친 영업망을 확보했다. 또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현지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고 있다. 그 결과 2010년 806억원이던 매출이 작년 2047억원으로 3배 정도로 늘었다.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는 "중국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잡아 2020년에는 중국 6000개 제약사 중 20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오리온, 1조 시대 개막… 아모레퍼시픽도 눈앞= 1993년 진출한 오리온은 중국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하고 엄청난 투자를 쏟아부어 중국 제과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1997년 생산기지 구축 후 2002년 상하이, 2010년 광저우, 2014년 셴양, 작년 베이툰에 공장을 설립하며 중국 전역 유통망을 갖췄다. 그 결과 1997년 20억이던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 2013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 매출 1조 시대를 열었다. 작년에는 3분기까지 매출이 9945억원으로 1조에 육박했다. 오리온은 품질 유지와 중국인들의 마음을 읽는 '인(仁) 마케팅'에 집중했다. 1995년 중국 남부에서 무더위로 초코파이가 녹는 문제가 발생하자, 지역에 유통되던 10만개를 모두 소각했다. 이후 현지에서 신뢰도가 높아져 먼저 주문을 제안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또 우정과 '인'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정서를 겨냥, 초코파이 제품명을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로 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2년 중국에 진출 15년간 적자를 보면서도 손해를 무릅쓴 꾸준한 투자를 이어온 끝에 2007년 첫 흑자를 이뤘다. 한번 흑자를 기록하자 2011년 1909억원이던 매출이 2014년 4673억원, 작년 7500억원(업계 추정)으로 폭발적으로 커졌다. 비결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연구개발이다. 중국 전역 사람들의 피부 특성을 치밀하게 연구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별로 중국인 맞춤형 제품을 내놨다. 설화수의 경우 중국인 여성 1700여명의 체질과 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제품에 반영했다. 중국인을 우선 채용, 적소에 배치하고, 넓은 중국을 지역별로 세분화해 공략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박미영·김지섭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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