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교수의 '실용영어 뒤집기'
박근혜대통령이 지난 18일 "경제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핵심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속이 타 들어가는 심정"이라며 노동개혁 5개 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제정 안 중 핵심법안의 연내 처리를 거듭 호소했다.
대한상의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피력했던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을 이 글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골든 타임(golden time)이란 말이 정말 맞는 표현인가. 골든타임이란 영어 표현은 있지만 법을 통과시킬 적기(適期)라는 뜻을 갖고 있지는 않다. 차라리 golden opportunity라고 했으면 영어 어법에는 더 맞았을 것이다.
Economists say that now is the golden time to take measures to stimulate consumption at a time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이 소비를 진작시킬 적기라고 말한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영어기사에서도 콩글리시 golden time을 마구 쓰고 있다. golden time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이다. 배가 완전 침몰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기 전에 적절한 구호조치를 했으면 아까운 인명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많은 미디어가 구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질타했다.
이 때 golden time 은 golden hour라고 말해야 한다. golden hour는 원래 의학용어로서 '사고 이후 처음 치료받을 때까지 소요된 시간'을 의미했다. 외상을 입었다던가 목숨이 위태로울 때(예컨대 severe trauma, 특히 internal bleeding), 긴급히 의학적 조치를 취해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1시간 이내의 시간을 golden hour라 이름하였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외상 센타 소장이었던 카울리(R Adams Cowley) 박사는 군의관으로 일하면서 이 개념을 처음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세계1차대전시 프랑스군대의 자료에서 golden hour의 중요성을 발견했다. 환자에게는 생과 사를 가르는 '황금시간'(golden hour) 이 있다.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면 60분은 생존하게 된다. 바로 죽지 않고 때로는 3일이나 2주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늦으면 회복할 수 없게 된다. 카울리(Cowley) 박사의 말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응급조치가 늦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golden hour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한 시간씩이나 기다릴 수 없는 위급상황 역시 얼마든지 있다. 심장이 멈췄을 때 심페소생술(CRP)은 발생 후 5분내에 늦어도 10분 이내에 행해야 하고 교통사고 시 앰블런스는 5분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고 뇌출혈, 뇌경색의 경우 3시간 내에 병원에 이송돼야 한다. 블레드소(Bryan Bledsoe) 박사는 위급한 환자를 구하는데 '요술시간(magical time)'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진용어로 golden hour는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와는 달리, 햇빛이 보다 붉고 부드럽게 변하는 일출 또는 일몰 직전의 짧은 시간을 가리킨다. Golden time은 golden days, golden era 그리고 golden age처럼 황금기나 전성기를 뜻하지, 긴급구호의 최적 시간을 뜻하지는 않는다. 골든타임은 일본을 통해서 수입된 것으로 짐작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엉뚱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곧 golden hours - 꿈같이 행복했던 시간과 같은 뜻으로 쓰기도 하며, 텔레비전 편성의 황금시간대를 말한다. 저녁 7시에서 9시의 primetime을 일본에서는 golden hour라고 불러서 외국인이 쓴 책 속에서도 일본 방송을 이야기하는 대목에는 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절호의 기회'라면 golden opportunity라고 해야 하고, '긴박한 사고가 났을때 인명을 구하기 위한 초반의 중요한 시간' 의 뜻으로는 golden hour를 써야 맞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회 개혁에도, 세금 징수에도, 소방차 길 터주기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럴진대 국정개혁엔들 왜 골든타임이 없겠는가. 법과 정책이 적시에 마련돼야 청년 실업도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 진다면 golden time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게 무능한 국회 책임인가, 분열되는 야당 탓인가, 아니면 국회선진화법 때문인가. 궁극적인 모든 책임은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질 수 밖에 없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
<필자 약력>
△고려대, 서울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한국외대 정책과학대학원 원장 △제3기 방송위원회 위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현 한국외대 명예교수 △비언어커뮤니케이션 외 23권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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