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리스로 전기차 구입땐 환경부 보조금 못받아
2018년까지 4만대 목표 서울시에 내년 1000대 배정
3개 시 7개 성에 5년간 23만3000대 할당 중국과 대조
2018년까지 4만대 목표 서울시에 내년 1000대 배정
3개 시 7개 성에 5년간 23만3000대 할당 중국과 대조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내수 시장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대를 친환경자동차로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시행 초기부터 부처 간 엇박자 정책으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정부와 업계 따르면 제주도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을 통해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환경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는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친환경차 100만대 보급 내용을 담은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2016~2020년)'을 확정했다. 이 계획의 세부 내용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이 있다. 운송업체나 랜터카 업체들은 산업부와 사업운영체인 비긴스제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 보조금 규모는 매달 되갚는 배터리 가격을 고려하면 현행 환경부 보조금인 1500만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배터리 리스 사업을 통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들은 환경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 1500만원은 받지 못한다. 즉 소비자는 산업부나 환경부가 제공하는 보조금 정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 정책을 양 부서가 나눠서 시행하는 데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고 혼란만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부와 산업부가 서로의 성과를 내기 위한 사업 경쟁에만 급급할 뿐, 국내 친환경차 인프라 확장을 위한 궁극적인 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환경부 간의 불협화음도 앞으로 국내 전기차 보급 정책에 있어 장애 요소가 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인 핵심 공약인 '원전 하나 줄이기'를 위해 오는 2018년까지 4만대 전기승용차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내년 배당한 전기차 보급 물량은 제주도의 4분의 1인 1000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애초 20대라는 초라한 숫자를 시의 강력한 항의로 바꾼 것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적 측면에서 전기차 확대를 추진한다는 환경부의 기본 방침과 어긋난 동시에,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과 비교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지원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인구수가 가장 많고 환경 오염도가 높은 3개 직할시(베이징, 톈진, 상하이) 및 7개 성(산시, 허베이, 산둥, 장수, 저장, 광둥, 하이난)에 앞으로 5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 23만3000대씩을 할당한다. 일본 역시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인프라 구축 계획을 추진 중이다.
내년 보조금 정책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수소차 2750만원, 전기차 1200만원, PHEV 500만원, 하이브리드차 100만원의 보조금을 편성했다. 총 6종에 달하는 전기차는 1500만원이던 기존 보조금이 300만원가량 줄었다. 하지만 현대차 쏘나타PHEV 단 1개 차종에 불과한 PHEV는 보조금 신설과 함께 지난해 전기차 지원대수와 같은 3000대를 편성했다. 이를 두고 순수전기차 제품이 없는 현대차를 의식한 정책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2011년부터 올해까지 정부의 2차 친환경차 기본계획의 달성률은 55%에 불과하다. 8만5700대를 보급하겠다던 전기차(EV)는 4900여대에 머물고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역시 4만4000대 보급 목표를 세웠지만 60여대,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1만1000대가 목표지만 40여대만 판매됐을 뿐이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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