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3개국 출전 대회 '종합 3위' 선전
내년 대회 폭스바겐과 1위 경쟁 예고
내년 대회 폭스바겐과 1위 경쟁 예고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국내 최초의 랠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더 랠리스트'가 최근 독일로 향할 4명의 최종 도전자를 발표했다. 총 4986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지난 두 달 동안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레이서들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랠리스트를 선발해 월드클래스 랠리 드라이버로 육성한다는 포부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뒤에는 사실 현대자동차가 있다.
이 프로그램의 담당 PD는 "세계 자동차 5위 기업의 나라에서 국적 드라이버가 없다는 것은 국내 모터스포츠가 척박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지금 타이밍에 현대차가 모터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과감히 결심하고 시작점에 섰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최후의 드라이버로 선정된 레이서는 2년간 20억원의 지원을 통해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정식으로 도전한다. WRC에 대한 현대차의 열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막을 내린 '2015 WRC'에서 시즌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위에서 한 계단 올라선 것이자, 출전 2년 만에 선두권 진입에 성공한 결과다.
현대차는 WRC에서 얻은 경험을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고성능 브랜드 N 개발에 충분히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13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현대차가 종합 3위를 차지했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현대차는 2000년 처음으로 WRC에 출전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2003년 철수했다. 이후 현대차는 수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2년 9월 복귀를 선언하고 같은 해 12월 독일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세웠다. WRC 51회 우승 경험이 있는 프랑스인 레이서 미셸 난단을 총감독으로 선임하고 WRC팀을 구성했다. WRC팀은 3도어 소형 해치백인 i20를 기본으로 1.6ℓ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랠리카를 제작했다.
이달 초에는 내년 WRC에 출전할 새로운 랠리카 '차세대 i20 WRC'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지난해 말 유럽 시장에 출시한 2세대 i20의 경주용 차량이다. 현대차는 내년 WRC에서 이 차량으로 챔피언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내년 WRC 시즌에선 시트로엥이 새 랠리카 개발을 위해 불참하면서 올해 종합우승을 차지한 독일 폭스바겐과 현대차의 치열한 2파전이 예상할 수 있다.
현대차 WRC팀 총책임자 미셸 난단은 "우리가 그동안 랠리에서 쌓아올린 경험을 이 차에 담았다"며 "내년 경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연간 6억명이 시청하는 WRC는 포뮬러원(F1)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터스포츠 경기 중에 하나다. F1이 특수제작한 경주용 차로 서킷을 돌아 순위를 결정하는 데 비해 WRC는 양산차를 기반으로 제작한 랠리카로 포장 및 비포장도로를 달려 점수를 매긴다. 이 때문에 WRC의 역사는 양산차의 발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아스팔트 도로뿐 아니라 자갈밭, 빙판길, 고산지대 등이 대회장이기 때문에 웬만한 양산차 업체는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왕년의 챔피언이었던 토요타도 오랜 기간 불참했다가 오는 2017년 참가를 목표로 다시 테스트용 랠리카를 제작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의 WRC는 1973년 처음 출범한 당시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최고의 속도'만을 위해 질주했던 경주대회는 과열된 속도 경쟁 속에 1986년 주행차가 관중석을 덮치면서 3명이 사망하고, 같은 해 운전수가 출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언덕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강력한 출력제한 규정이 생겼다. 4기통 터보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최고출력도 300마력을 넘기지 않아야 하는 규정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이후 새로운 규정에 맞추지 못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폭스바겐과 현대차, 푸조, 시트로엥 정도만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노재웅기자 rip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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