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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탄소배출권도 가정 상품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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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탄소배출권도 가정 상품화 하자
이규화 선임기자

세계 이목이 지금 파리에 쏠려있다. 파리 테러에 못지 않은 긴급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누구도 예외 없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맞닥뜨린다는 점에서 테러 대비보다 더 시급한지 모른다. 바로 기후변화라는 시한부 병이다.

이번 파리 UN기후변화협약(UNPCCC) 당사국 총회(COP21)가 특히 관심을 끄는 건 과연 인류가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구속력 있는 행동을 위한 협약에 이르느냐 못 하느냐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다는 선언만 했지 강제력은 없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담은 1997년 교토의정서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파리 당사국 총회는 대부분의 나라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여방안(INDC)를 내놓고 구속력 있는 검증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196개 당사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COP21에서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수준 2도 이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등 신 기후변화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정부가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을 발표하는 등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전 산업적으로 장기 영향을 미치는 동시대 가장 포괄적이고 시급한 문제이므로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글로벌 기후변화 체제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생기는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2조 3000억 달러(약 1경 440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동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곧 신 성장의 밭인 셈이다.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전략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 저탄소 발전, 산업 현장의 친환경 공정 적용과 에너지 프로슈머 도입 등을 밝혔다. 에너지 프로슈머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통해 가정에서 생산한 전력을 팔아 소득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 프로슈머 도입은 에너지 생산·소비의 패러다임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온실가스의 3분의 1을 가정과 건물이 배출하고 있는 만큼, 가정의 에너지 소비억제와 배출가스 감축은 산업계의 감축 이상으로 중요하다. 감축 행동의 최종적 주체가 개인이기 때문에 개인의 에너지사용 억제와 배출가스 감축은 기후변화 대응의 출발점이다. 에너지 프로슈머는 또한 신 기후변화체제가 요구하는 인류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 정신에도 부합한다.
에너지 프로슈머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매력적인 요소를 담아야 한다.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감축과 청정에너지 생산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한 데 따른 탄소배출권(CERs; Cerified Emission Reduction)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과 개인도 온실가스 감축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CERs 거래시장에 가정도 참여하면 화석에너지 소비억제, 신재생 에너지 생산, 온실가스 감축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가정과 개인이 탄소배출권을 보유할 수 있으려면 먼저 탄소배출량 할당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산업계에 적용한 방식을 활용하면 어려울 것도 없다. 에너지 빈곤계층에게 탄소배출권을 많이 할당하고 에너지 다소비계층에는 탄소배출권을 적게 할당함으로써 양방의 거래도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빈부격차 해소와 나아가 부의 자연스러운 재분배도 기대할 수 있다.

인류에게 가장 거대한 도전인 기후변화도 개인의 작은 행동으로부터 극복의 단초가 마련되는 법이다. 파리 기후변화총회는 바로 이 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하고, 이 기회를 우리는 이용해야 한다. 세계 최초로 가정에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거래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우리는 신 기후변화체제에서 앞서 갈 수 있다.

이규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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