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트리플래닛
나무심기 게임으로 시작… 연예인 통해 입소문
'스타숲 프로젝트'로 인기… 대기업도 잇단 노크
나무심기 게임으로 시작… 연예인 통해 입소문
'스타숲 프로젝트'로 인기… 대기업도 잇단 노크
■스타트업 히든스토리
(31) 트리플래닛
올해 광복절을 이틀 앞둔 8월 13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색적인 모금이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숲을 만들자는 모금이었다.
보름도 되지 않아 500명이 넘는 이들이 동참했고, 모금액이 6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켠에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이 조성됐다. 이 숲길을 걷는 많은 이들이 과거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소녀들을 계속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 숲 외에도 '세월호 기억의 숲', '연평해전 영웅의 숲', 'DMZ 평화의 숲' 등 의미 있는 기획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나무 심는 소셜 벤처 '트리플래닛'이었다.
왜 나무를 심을까. 트리플래닛 창업 멤버인 정철민 이사는 "김형수 대표와 둘 다 환경을 위한 사업을 해보고 싶어 처음엔 북극곰 살리기, 고래잡이 문제 등 다양하게 생각해봤다"며 "그런데 나무만큼 환경 이슈나 문명사회의 근원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무는 생명의 아파트"라며 "나무 한 그루 아래 수십 종류의 곤충과 동물이 살고, 나무는 한 번 심으면 수십, 수백 년을 가기 때문에 그 가치가 훨씬 더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2009년 군대에서 처음 만난 정 이사와 김 대표는 '환경보호'라는 이슈를 늘 고민했다고 한다. 2010년 함께 제대한 후 곧바로 나무 심는 벤처 트리플래닛을 설립했다. 둘 다 이제 갓 군대를 제대한 24살, 25살 젊은 청년이었다.
목표가 뚜렷하니 실행도 빨리 진행됐다. 일단 나무를 심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트리플래닛'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나무 심는 게임이었다. 이용자가 게임 속에서 나무를 심으면 실제 현실에서도 나무를 한 그루 심게 되는 식이었다. 게임 출시 몇 달 만에 수십만 건의 내려받기를 기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배우 박신혜가 트위터에 트리플래닛을 언급하면서 박신혜 팬들이 '박신혜 숲' 조성을 추진했다. 이 때부터 '스타 숲'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NE1 숲', '로이킴 숲', '신화 숲' 등 스타 숲이 대거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팬들에 의해 트리플래닛 이름이 알려졌다.
기업들도 트리플래닛에 문을 두드렸다. '한화 숲', '더블에이 숲', '신한은행 숲' 등 기업들도 나무 심기에 동참했다. 나무 심는 벤처에 관심이 쏠리면서 비정부기구(NGO)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DMZ 평화의 숲'과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등은 NGO 단체들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다.
나무 심기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10여개 국가에 50만 그루 넘는 나무를 심었고, 80개의 숲을 만들었다. 트리플래닛은 2020년까지 1억 그루의 나무를 세계 곳곳에 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정 이사는 자신처럼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사업 초기에는 사업 모델보다 회사 철학을 만들고 얘기하는 게 중요하고 본다"며 "같은 철학을 갖고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많이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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