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일 차량구매→D-5일 차량개조→D-2일 전원부품 고장→D-1일 시연준비 완료
2004년 말 ETRI 연구진에 시연 특명
전쟁같은 3개월여 준비 성공 이끌어
2004년 말 ETRI 연구진에 시연 특명
전쟁같은 3개월여 준비 성공 이끌어
지금부터 11년 전인 2004년 말. 와이브로(WiBro) 기술 개발 이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던 ETRI 연구진에게 '특명' 하나가 떨어졌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와이브로 차량 시연회' 날짜가 급작스럽게 잡힌 것이다.
행사일은 2005년 3월 31일. 와이브로 차량 시험과 시연을 위한 차량 구입, 시험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설치·테스트하기엔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때부터 연구자들은 와이브로 차량 시연 준비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먼저 15인승 소형버스를 시연 차량 모델로 확정하고 구매절차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신청한 다음달 자동차 회사로부터 차량을 우선 납품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행사 디데이(D) 20일 전. 차량 구매와 동시에 경기도 평택의 차량 개조 공장에 개조를 의뢰했다. 통상 2주 걸리는 작업으로 시연회까지 간신히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차량에 탑재되는 PDP TV와 노트북, 시험용 단말기, 오실로스코프 등 시험장비의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원장치가 필요했다. 자동차의 경우 추가 전원을 사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차량 개조 회사에서도 납품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D-5일, 우여곡절 끝에 차량 개조가 완료됐다. 시험 담당자들은 시연 차량을 이용해 시연에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시험 3일째 갑자기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다. 백업용 발전기로부터 220V 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전원 공급 관련 부품이 고장난 것이다. 급히 평택 공장으로 차량을 보내 수리를 요청했으나, 필요한 부품이 없었다. 결국 전국을 다 뒤진 끝에 창원에 재고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간신히 수리를 마칠 수 있었다.
드디어 D-1일. 시연 준비는 마쳤으나, 시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모든 시스템과 구성품이 안정된 상태에서 동작하는지 점검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밤 10시가 넘어 시연 준비를 끝내고 보안을 위한 봉인 작업을 확인한 연구진들은 실험실 문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날인 2005년 3월 31일. 와이브로 시연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수많은 찬사와 격려가 이어졌다. 와이브로가 초고속 무선인터넷 시대의 세상을 열어 줄 희망의 빛으로 다가왔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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