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인 아 스마일게이트게임즈 대표
대리로 입사 7년만에 자회사 대표로
'크로스파이어' 중국 진출 성공 주역
IP 활용 모바일게임 개발 추진 맡아
대리로 입사 7년만에 자회사 대표로
'크로스파이어' 중국 진출 성공 주역
IP 활용 모바일게임 개발 추진 맡아
■ `게임 명장`을 찾아서
(20) 장인아 스마일게이트게임즈 대표
"늘 같은 톤의 감정을 유지하십시오. 그래야 '곡해된 여성성'이라는 잣대로 나를 평가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장인아(39) 스마일게이트게임즈 대표는 여성 임원이 희박한 게임업계에서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묻자, '일희일비'하는 감정선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처럼 조언했다.
장 대표는 2007년 스마일게이트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단 7년 만에 이 회사의 온라인 캐주얼 게임 개발 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게임즈 대표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특히 그는 토종 온라인 총싸움 게임(FPS) '크로스파이어'를 연 매출 1조5000억원의 '대박' 게임으로 키워낸 주역으로 유명하다.
'크로스파이어'는 2008년 FPS '불모지'이던 중국 시장에 진출, 온라인 FPS 장르에서 1위 타이틀을 차지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현재까지도 중국 FPS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회원 수는 5억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텐센트, 룽투코리아 등 중국 게임사와 스마일게이트가 '크로스파이어'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 입문한 그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개발 총괄 PD로 일하던 게임사에서 그를 따르던 직원 80명과 함께 하루 아침에 실직하며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20대 초·중반부터 요식업, 책표지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에 스물여덟에 한 게임 개발사에 들어갔습니다. 그 회사에서 총괄 PD로 일했지만 맡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제가 이끌던 직원 80명과 함께 하루아침에 실직하게 됐습니다. 그때 퇴사하면서 '이건 내가 할 만 한 일이 아니구나'하고 업계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이 당시에는 십여 명 규모의 작은 게임 개발사이던 스마일게이트였다.
"당시 스마일게이트는 한국에서 사업 잘 되지 않아 힘들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권혁빈 현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당시 스마일게이트 대표)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켜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크로스파이어'를 무조건 성공시키겠다는 권 회장의 의지를 보고, 전 회사에서 받던 월급의 3분의1도 되지 않는 임금에, 그것도 대리 직급으로 스마일게이트에 합류했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기획팀 대리로 들어와 그는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사업에 투입돼 1인 50역을 해냈다.
"대리 직함을 달고 중국으로 날아가 '크로스파이어' 현지화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개발자를 인솔해 그들의 식사, 스케줄 조정부터 게임 기획서 작성까지 1인 50역을 했습니다. 특히 중국에 게임을 출시할 때에는 게임을 잘 해보지 않은 제 친구들을 앉혀놓고 아무런 가이드도 주지 않은 채 게임을 해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사용자환경(UI)을 다 뜯어고쳤습니다.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알아서 즐길 수 있도록 바꾼 것입니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진출 후, 동시 접속자수 600만명을 기록하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장 대표 또한 대리에서 팀장, 실장, 본부장으로 승승장구해 2013년 스마일게이트게임즈 대표로 승진했다.
현재 320여명 규모의 조직을 이끌고 있는 그는 본인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감정 조절'이라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저는 다른 사람이 저를 여자가 아닌, 어느 회사의 누구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무엇보다 늘 같은 감정 톤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분명히 여성을 바라보는 선입견이 있으니까요. 감정적이다, 신경질적이다, 징징댄다 등 왜곡된 여성성이라는 잣대로 저를 평가하지 않도록 해야 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정이 냉철하고 편견 없는 결정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10년 넘게 노력했습니다. 여자라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오히려 평소와 같은 감정을 유지하며 냉정하게 대처하라고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에 전하고 싶습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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