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2년만에 손익분기점 넘겨 '안착'
(15) 다이어트노트
"대학 때 미국 어학연수를 갔는데, 어느 순간 몸무게가 17kg이나 늘었더라고요. 그래도 행복했어요. 누구도 제게 살이 쪘다고 얘기하지 않았고, 자존감이 떨어진 적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니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죠. 부모님은 살 빼라며 다시마와 고구마밖에 안 줬어요. 갑자기 내 자신이 작아지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그 공간에서 제가 제일 뚱뚱하고 못생긴 거 같더라고요.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었죠. 그렇지만 대부분 오래갈 수 없었고, 재미도 없고, 요요현상만 반복됐어요. '이렇게는 평생 안 되겠구나' 생각했죠. 해외 주요 사이트와 논문까지 찾아보면서 공부했어요. 체계적으로 살을 빼고 싶었죠. 남을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내 건강을 위해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했더니 1년 만에 원래 몸으로 돌아왔어요."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만난 이지수 다이어트노트 공동대표는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가 알게 된 내용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국내에 다이어트 분야와 관련한 벤처는 없었다. 2013년 국내 거의 유일하게 다이어트와 관련한 서비스와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앱)에 녹여낸 곳이 '다이어트노트'였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다이어트 사업을 생각한 건 아니다. 2012년, 현 공동창업자인 정범윤 대표를 대학 경영학 수업시간에 만났다. 수업 과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둘 다 창업에 공통 관심사가 있다는 걸 알았다. 취업 준비는 접고 창업을 준비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사업이 자신이 본 영화, 책, 음악에 대해 감상평을 남기고 이를 보관,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투잇'이다. 거의 1년 가까이 기획과 서비스 개발에 매달렸다. 출시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사업성은 물음표였다.
정범윤 대표는 "인투잇은 좋은 서비스였지만, 수익 모델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며 "결국 서비스 한 달 만에 사업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이지수 대표의 전문영역인 다이어트였고, 2013년 4월 '다이어트노트' 페이스북을 열어 정보를 올렸다. 순식간에 구독자가 늘었고(현재 월 평균 16만명 방문), 그 해 6월 별도 앱을 출시했다. 7월엔 법인을 설립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4월에는 건강식품을 모아놓은 '다노샵'을 열었다. 건강식품은 곡물부터 재료까지 직접 선정해 외주 업체에 맡겼다. 다노샵 덕분에 올 초 손익분기점도 넘겼다.
올해 1월부터는 '마이다노'라는 유료 온라인 퍼스널트레이너(PT) 연결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PT가 직접 온라인과 앱으로 운동과 식단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는 출시 후 현재 8배 가량 이용자가 늘었다. 이 모든 서비스는 다이어트노트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다. 회사 직원도 사업 초반 3명에서 이제 17명으로 늘었다.
이 대표는 "나를 위한 다이어트를 한다는 건 내 자존감을 높이는 동시에 평생 식습관을 바꾸고, 자신에 대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회사 비전도 '위 헬프 유, 러브 유어셀프'(We help you, love yourself)로 설정했는데,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20대 초·중반이던 두 대표 모두 이제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됐다. 정 대표는 자신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이에게 "보통 창업하는 사람들 특성이 한 번 상상하면 끝날 때까지 간다"며 "본인 아이디어에 취해있기보다는 작게라도 우선 해보고, 수정해가면서 다시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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